"파울이니까 파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요즘은 중계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속일 수도 없다. 안 맞았는데 주장하면 창피하지 않나. 소리도 났다."
전날 파울 판정 논란에 휘말렸던 최주환(34·SSG 랜더스)은 전날 느꼈던 방망이의 감각을 여전히 확신했다.
최주환은 지난 7일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상대 선발 안우진의 노히트 행진을 깼고, 9회 말 무사 1루 기회에서 10구 승부 끝에 안타를 만들어 끝내기 스리런 홈런까지 이어지는 물꼬를 텄다.
그런데 이 10구 승부가 문제가 됐다. 최주환은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4구째 들어온 커브에 스윙했고 공은 원바운드로 포수 이지영의 미트에 들어갔다. 최주환은 파울을 주장했고, 구심도 파울이라 판단했다. 그러자 키움 벤치에서 헛스윙을 주장하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초고속 카메라를 통한 판독 상황이 중계 화면을 통해 나왔지만, 시각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1분여의 시간이 흘렀고, 판독 결과 원심이 유지됐다.
살아남은 최주환은 더 끈질기게 붙었고, 결국 안타를 신고해 이날 역전승까지 연결했다. 결정적인 승부처의 판단. 이 판정을 놓고 밤새 논란이 일었다.
최주환 본인도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 파울이니까 파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요즘은 중계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속일 수도 없다. (방망이에) 안 맞았는데 맞았다고 주장하면 창피하지 않겠나.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도 났고, 굴절 방향도 미세하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자들은 다 느낀다. 심판이 잘 봐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 시절 KS 단골이었던 최주환은 시리즈 초반 부진했다. 4경기 동안 8타수 무안타. 특히 4차전 9회 2사 만루 기회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5차전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KS 베테랑다운 힘을 다시 증명했다. 최주환은 "원래 단기전 동안에는 타율 계산을 안 했다. 번외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는데 정규시즌 부진을 단기전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결과를 의식하게 됐던 것 같다"며 "5차전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쳐 좋은 결과가 나왔다. 6·7차전은 부담을 덜고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