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가 어느덧 42위까지 밀린 코오롱그룹이 후계자를 앞세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너가 4세 이규호 대표는 코오롱그룹 아래 모빌리티그룹을 신설하며 수장을 맡았다.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빌리티’를 내세워 코오롱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코오롱 4세 후계자 주도 모빌리티그룹
건설과 수입차 판매 등을 영위하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은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올해 3분기에 지주사 코오롱은 매출 1조3756억, 영업이익 828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코오롱글로벌의 매출이 1조1984억원, 영업이익이 700억원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코오롱글로벌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5158억원에 달한다.
이런 코오롱글로벌이 내년 1월 새로운 출발점에 선다. 인적분할을 통해 건설과 자동차부문을 분리해 미래 성장에 속도를 낸다. 자동차부문 신설회사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정했고, 이규호 대표에게 조타수 역할을 맡겼다. 이에 맞춰 이규호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함께 승진한 전철원 사장과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이끌 예정이다.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대표는 1984년생으로, 지난 2015년 임원으로 승진하며 100대 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한 이후 10년 만에 사장으로 고속 승진한 셈이다.
사실 이 대표는 임원이 된 이후 패션 분야 등에서 성과가 좋지 못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을 진두지휘했던 2019년과 2020년에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2019년 연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급기야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성과가 절실했던 이 대표는 코오롱글로벌에서 이를 만회하며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판매 부문은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올해도 BMW 등 수입차 판매 호조로 좋은 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이 대표는 여세를 몰아 모빌리티그룹으로 판을 키워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산이다. 주도적으로 나서서 모빌리티그룹을 이끌어 그룹의 위상을 높이고, 입지도 굳힌다는 계획이다. 모빌리티그룹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웅열 명예회장이 실적으로 평가한다는 눈높이에도 채울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코오롱 지분이 전무하기 때문에 49.74%의 지분을 보유한 이웅열 명예회장에서 증여를 받아야 승계가 가능하다.
모빌리티그룹을 표방하면서 수입차 유통 사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BMW를 중심으로 아우디, 볼보, 지프, 롤스로이스 등 수입차 부문을 통합하는 것인데, 유통 판매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 확장해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년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을 맡은 이 대표는 “과감한 체질 개선으로 1등 DNA를 심는다”며 남다른 의지를 드러내 왔다. 이 대표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미래성장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구축, 재무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이 대표는 모빌리티그룹 출범을 선언하면서 2025년까지 매출 3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을 내걸었다. 지난해 매출 2조197억원과 비교하면 1조5000억원 이상을 끌어올려야 한다. 수치상으로 75% 증대돼야 가능한 수치다. 매출 확대를 위해서는 라인업 강화와 신사업 등이 필수다. 럭셔리 세단과 EV, SUV 브랜드 강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 관계자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12% 이상 성장하는 실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며 “아직 새로운 신사업의 명확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오너가 직접 지휘하는 사업이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사업은 그룹 내 호텔·골프 장 등 다양한 레저 비즈니스와 연계한 상품·서비스를 개발하고, 차별화된 고객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사업과 관련해 중고차 영역도 확대된다. 2025년 연간 중고차 판매를 6000대로 잡았다. 신차는 2022년 연간 2만7000대에서 4만대를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연간 4000억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코오롱글로벌과 더클래스효성을 수입차 판매 부문 ‘빅2’로 꼽는다. 두 회사는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코오롱글로벌이 지난해부터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더클래스효성의 매출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1조3848억원이다. 하지만 영업이익 부문에서는 더클래스효성이 594억원으로 546억원의 코오롱글로벌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더클래스효성은 벤츠를 필두로 토요타, 렉서스, 페라리, 마세라티, 재규어, 랜드로버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의 경우 오너가가 직접 모빌리티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공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결별, 건설 부문도 2025년 3.8조 겨냥
존속법인인 코오롱글로벌도 이번 분할을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건설 부문에서 2조226억원, 인프라 부문 7182억원으로 누적 수주액 2조7408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2조4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합병 이후 10년 만에 자동차부문과 결별하지만, 코오롱글로벌 존속법인도 2025년 연간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2900억원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 신규수주 4조원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코오롱글로벌은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건설 부문은 OSC(탈 현장화)를 기반으로 공동시행, 자체사업 등의 고수익성 개발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국내 최고 수준의 육·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하고, 풍력 기반의 전력·수소 에너지 생산 등을 통해 친환경 기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나간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2012년 건설과 상사, 자동차 부문을 합병, 안정적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을 고려해 분할을 결정했고, 분할 이후에도 효율성 극대화와 맞춤형 성장 전략 등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