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26·전북 현대)이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로서 월드컵 새 역사를 썼다. 한 경기 멀티 골 기록이다.
조규성은 지난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가나를 상대로 두 골을 넣었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한국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13분 헤딩골을 넣었고, 이어 3분 만에 다이빙 헤딩슛을 또 성공시켰다.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선수가 한 경기 두 골을 넣은 건 조규성이 처음이다. 조규성은 후반 추가시간에도 결정적인 왼발 슛 기회를 잡았지만, 슛이 빗나갔다. 이게 맞아 떨어졌다면 해트트릭을 기록할 뻔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23분 가나의 모하메드 쿠두스(사우샘프턴)에게 결승 골을 내줘 2-3으로 졌다.
조규성은 한국 축구 신기록의 주인공이면서도 경기 후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는 한 경기 두 골을 넣은 것에 대해 “영광스럽다. 영광스러운데 두 골보다는 승리를 원했다.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18년 부임한 후 아시아 예선 내내 최전방 공격수로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주로 기용했다. 벤투 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주인공도 황의조다. 그러나 황의조는 올 시즌 팀을 옮긴 후 소속팀에서 출장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해 폼이 떨어진 상태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황의조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등 부진하자 벤투 감독은 가나와 2차전에서 과감하게 조규성을 선발 투입했다.
조규성은 “훈련 중 감독님께서 선발 명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때 느낌이 왔다. 나를 믿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규성의 화끈한 골은 전반 2실점 하며 크게 실망했던 한국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한국이 역대 월드컵에서 선제 2실점 하고도 순식간에 2점을 따라붙어 동점을 만든 것도 가나전이 처음이었다.
조규성은 피치 안에서도 뜨거웠지만, 밖에서는 더 뜨겁다. 우루과이전 교체 출전 때 중계 화면에 얼굴이 잡히자 ‘저 잘 생긴 한국의 9번은 누구냐’며 전 세계 여성 팬들이 조규성의 인스타그램에 몰려들었다. 대회 전 3만 명이 채 안 됐던 조규성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우루과이전 이후 70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가나전이 끝난 후 기어이 100만 명을 넘겼다.
조규성은 경기 후 한 외신기자가 ‘팔로워 100만 명을 넘겼다’고 말하자 “별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 없다. 유명해져도 나는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매 경기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한다. 골이 나왔을 때도 아무 생각 안 났고, 끝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아직 월드컵이 끝난 게 아니다. 선수들이 포르투갈전을 더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