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쇼케이스가 내년 2월 막을 올린다.
키움은 2023년 스프링캠프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차린다. 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가 사용하는 스콧 데일에서 3년 만의 해외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캠프지 마련에 있어 '이정후 효과'가 작용했다. 해외 진출을 앞둔 이정후를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해 애리조나 구단이 협조했다. 캠프 초반부터 MLB 스카우트가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2주가량 키움 동료들과 훈련한 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내년 3월 초 개막하는 WBC를 앞두고 2월 중순 애리조나에서 소집된다.
이정후에게 2023 WBC는 상당히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한데 모여 기량을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정후가 경험한 국제대회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2021)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2018) 당시 국가별 전력 차가 상당했다. 프리미어12(2019) 역시 일본을 제외하면 정상급 전력을 갖춰 나온 팀은 없다. 이정후는 국제대회 통산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9(91타수 29안타) 출루율 0.381 장타율 0.571을 기록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아직도 1회 WBC 2라운드에서 미국을 상대로 거둔 7-3 승리는 꿈만 같다"라며 "올림픽과 프리미어12는 WBC보다 두 단계 아래 대회"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2023 WBC에서 최강 전력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WBC 미국 대표팀 합류를 20일 공식화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를 비롯해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랜스 린(시카고 화이트삭스) 네이선 이발디(FA·이상 투수)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트레버 스토리(보스턴 레드삭스)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등 MLB 대표 스타들이 참가 의사를 전했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WBC 출전을 선언했고, 자국 리그에서 뛰는 정상급 투수들도 대거 출전한다. 한국은 1라운드에서 일본(3월 10일)을 상대한다. 미국과는 4강 진출 이후에나 맞불을 수 있다. 1~2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는 네덜란드와 쿠바 전력도 만만치 않다. 도미니카공화국·푸에르토리코·베네수엘라 대표팀에도 현역 메이저리거가 뛸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앞서 많은 선배들이 국제대회를 발판 삼아 해외 무대로 진출했다. 2009년 WBC에서 김태균(타율 0.345 3홈런 11타점)과 이범호(타율 0.400 3홈런 7타점)가 맹타를 휘두른 뒤 일본으로 건너갔다. 초대 우승을 차지한 2015년 프리미어12에선 김현수가 8경기에서 타율 0.344 13타점을 올린 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박병호는 같은 대회에서 타율은 0.207로 낮았지만, 높은 장타율(0.517, 2홈런)을 자랑하며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포스팅 금액은 1285만 달러였고, 옵션까지 포함하면 5년 최대 18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1~2회 WBC와 2015프리미어12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좋으면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해 보인다. 해외 진출 시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