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에 병역 파문이 일었다. OK금융그룹 주포 조재성(27)이 브로커와 모의해 현역 입대를 기피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OK금융그룹 배구단은 "소속 선수 조재성이 25일 '본인이 병역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자진 신고했다. 구단은 이 사실을 인지한 뒤 해당 선수를 모든 훈련과 경기에서 배제하는 조처를 했다. 선수가 조사에 성실히 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27일 전했다.
조재성은 당초 받은 병역 신체검사에서 3급(현역) 판정을 받았다. 이후 브로커를 통해 뇌전증(간질) 진단을 받은 뒤 재검, 현역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는 4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환 OK금융그룹 배구단 사무국장은 "지난 21일 검찰에서 조재성에게 '병역 브로커가 잡혔고, 당신이 피의자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조재성은 나흘 뒤인 25일 구단에 관련 사실을 전했다. 구단은 선수의 재말만 들을 수 없어서, 이튿날(26일) 변호사를 대동해 조사를 진행했고, 심각한 상황이라는 판단 아래 보도자료를 내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구단이 27일 오전, 언론사들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조재성 선수의 비위 혐의를 알려왔다. 연맹은 선수를 훈련과 경기에서 배제한 구단의 조처를 일단 존중한다. 검찰 조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하고, 면밀하게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V리그를 향한 관심은 뜨겁다. 여자부는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복귀해 연일 치열한 승부를 연출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남자부도 김민재(대한항공) 이현승(현대캐피탈) 김지한·이상현(이상 우리카드) 등 새 얼굴이 활약하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병역 비리가 V리그에 찬물을 끼얹었다.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구단의 입장을 비춰볼 때 선수는 사실상 관련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조재성은 스타 플레이어다. 2016~17시즌 데뷔 후 OK금융그룹에서 주포로 뛰었다. 서브에 강점이 있는 아포짓 스파이커다. 잘 생긴 외모 덕분에 팬도 많다. 올 시즌은 기량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팀이 치른 16경기에 모두 출전해 공격 성공률(52.48%) 6위, 퀵오픈 성공률(56.52%) 후위 공격 성공률(51.79%) 10위에 오르며 '국내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V리그는 2020~21시즌, 이다영-재영 쌍둥이 자매 등 일부 선수들의 학폭(학교폭력) 논란으로 신음했다. 지난 시즌(2021~22)에는 IBK기업은행 내부 항명 사태가 불거지며 배구 팬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지난 2009년에도 병역 비리를 범한 프로배구 구성원이 나왔다. 조사받은 이들 중 2명이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리그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구단과 연맹 모두 엄중하게 대처할 생각이다.
OK금융그룹은 "조재성의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만약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구단은 무관용 원칙으로 처리할 것이다. 소속 선수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배구 팬께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KOVO도 "이 사안은 엄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바로 상벌위원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