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이 새해 벽두부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장기 침체 우려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총수부터 직접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정기선 HD현대그룹 대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등은 신년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SK 최태원 첫 등판 효과 업, HD현대 정기선 2연속 출격
그룹 총수나 오너가들이 미국으로 향한 이유는 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CES는 인공지능(AI)·이동통신·반도체 등도 총망라하는 산업 전시회로 4일간 대면 행사로 치러진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유일하게 참석한다. 취임 후 처음으로 CES를 찾는 최 회장은 SK의 탄소중립 비전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 등 8개 관계사와 글로벌 파트너사가 ‘글로벌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연합'을 구축해 탄소 감축 의지를 알릴 계획이다.
SK는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를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CES 2022에는 탄소 감축 여정에 함께하자는 의미로 '동행'을 전시관 주제로 삼았고, 올해는 탄소 감축 로드맵을 실행하는 '행동'을 화두로 정했다.
최 회장은 이번 CES 2023에서 로드맵 실천을 위한 선구자로 자진 등판한다.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도 참여해 SK 탄소중립 솔루션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이미 미국에 도착한 최 회장은 5일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성장 모멘텀인 넷제로 관련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국내 기업 중에 CES에 가장 힘을 주고 있다.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어떻게 이를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 의지를 최태원 회장이 직접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며 “SK는 총수가 직접 나서 파트너사와 함께 탄소중립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할 예정이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HD현대그룹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오너가인 정기선 대표이사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대신해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1982년생인 정기선 대표는 미래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인 CES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런 정기선 대표의 의지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2년 연속으로 CES에 참가하고 있다.
정 대표는 2년 연속으로 현장에 출격하며 HD현대의 새로운 해양 시대 미래상을 제시할 전망이다. 그는 개막 하루 전 열리는 4일 프레스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을 맡아 그룹이 추구하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소개한다.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전략과 성장 동력을 설명할 예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지난해 '퓨처필더'가 되겠다고 미래 비전을 발표했는데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뤄 나갈지 4개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LS 부스 없지만 미래 먹거리 향한 레이더 가동
정용진 부회장은 실질적 총수로서 처음으로 CES를 찾는다. 신세계그룹의 총수는 이명희 회장이지만 경영에 관여를 하지 않고 있어 장남인 정 부회장이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세계가 CES에 부스를 차리지 않음에도 정 부회장이 전시장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 부회장은 새해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강조했다. 유통 색채가 강한 신세계그룹에 접목할 수 있는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등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신세계는 푸드테크와 무인점포,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이마트24의 경우 ‘한국형 아마존고’인 무인화 점포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등도 이번 CES를 참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신 기술 동향을 둘러보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구자은 회장도 처음으로 CES에 모습을 드러낸다. 구 회장은 LS의 부스가 없지만 그룹 미래 인재들을 이끌고 미국행에 몸을 실었다. 기술, 혁신 분야의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된 그룹의 리더 20명과 함께 CES를 둘러볼 예정이다.
LS그룹 관계자는 “구자은 회장은 그룹의 인재상을 ‘퓨처리스트’로 정했다.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에서 우수 사례로 뽑힌 리더들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펴보는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CES에 참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