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단은 '오승환이 팀의 최고참 선수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하지 못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2023년 연봉을 백지위임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연봉 협상을 두 번 정도 했는데 의견 차이가 조금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팀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연봉 계약이 미뤄지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구단 입장에서는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지난 시즌 연봉은 16억원이었다. 비 FA(자유계약선수) 다년 계약으로 연봉이 수직으로 상승한 외야수 구자욱(25억원)에 이어 팀 내 연봉 2위이자 투수 1위였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투수를 통틀어도 박종훈(SSG 랜더스·18억원) 다음으로 높았다. 박종훈도 비 FA 다년 계약으로 연봉이 올랐다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KBO리그 투수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겨울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삭감안을 제시받아 고심이 깊었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57경기에 등판, 6승 2패 2홀드 31세이브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다. 고우석(LG 트윈스·42세이브) 김재윤(KT 위즈·33세이브) 정해영(KIA 타이거즈·32세이브)에 이어 리그 세이브 4위.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하며 리그 개인 통산 세이브를 370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세부 지표가 전년 대비 악화했다. 블론세이브가 7개. 피안타율(0.245→0.263)과 피장타율(0.376→0.420)이 상승하면서 실점이 늘었다. KBO리그에서 오승환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건 부상으로 고전한 2010년(4.50) 이후 12년 만이었다.
특히 PS 경쟁의 분수령이었던 7월, 4경기 연속 실점으로 무너졌고 삼성은 충격의 13연패에 빠지면서 5강 싸움으로부터 멀어졌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모두 고려해 삼성이 내놓은 오승환의 연봉 계약안은 '삭감'이었다. 이를 두고 선수 측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어느 정도 생각할 시간을 가진 오승환은 '백지위임 카드'를 구단에 건넸다. 공을 넘겨받은 삼성은 오승환의 연봉을 빠르게 확정할 계획이다.
오승환은 2023시즌 뒤 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어서 삼성으로선 그의 연봉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 고심이 크다. 홍준학 단장은 "올해를 마치면 FA가 되기 때문에 백지위임은 본인의 다짐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며칠 전에 관련 연락을 받았는데 내부 보고 절차가 있어서 선수 측과 협의해 오늘 발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