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투수들이 많아 양의지(36·두산 베어스)가 이끌어줘야 한다. 편한 타석을 줘서 최상의 퍼포먼스가 나오게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의 '믿음'이 양의지에게도 통할까.
한국 야구대표팀은 16일 서울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자리에는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대표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양의지·고우석(LG 트윈스)이 참석했다.
양의지는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의 포수다. 지난 5년 동안 포수 골든글러브 4회,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1회를 수상했다. 정상급 타격과 노련한 리드를 모두 갖췄다고 평가 받는다. 그런데 국제대회에서는 달라진다. 통산 성적이 83타수 14안타(타율 0.169)에 그쳤다. 리그 정상급 타자로 부상한 2018년 이후로 한정해도 61타수 9안타(타율 0.148)로 오히려 더 나빴다. 양의지 본인도 "대표팀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 했던 날 다시 뽑아주신 이강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명예회복을 할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칼을 갈고 있다"고 할 정도다. 양의지는 16일 기자회견에서도 "최근 대표팀에서 (성적이) 많이 안 좋았다. 이번 대표팀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강철 감독님과 좋은 성적으로 국민 분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의지의 '배수진'에 가까운 각오와 달리, 이강철 감독은 '믿음'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양의지의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지만, (다른 요소들도) 여러 가지를 체크하고 있다"며 "대표팀에 젊은 투수들이 많다.양의지는 그 부분(젊은 투수 리드)에 중점을 두고, 편한 타석을 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어떤 포지션에서든 최상의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게 하겠다"는 대원칙을 소개하면서 "양의지와 얘기도 많이 해볼 거다. 그가 편한 타석을 원하면 줄 것"이라며 "투수들을 잘 끌어가는 게 그의 기본 임무다. 그런 점에서 양의지가 주전 포수를 맡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대표팀은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통과가 지상 과제다.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을 거뒀던 한국은 지난 두 차례 대회에서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1라운드 통과를 위해서는 호주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을) 걱정하는 기사도 많고, 긍정적인 기사도 많다. 현장에서는 항상 긴장하고, 잘 준비해야겠다고 있다. 선수들도 전부 만나보진 못했지만, 대부분 얼굴이 밝고 생각이 긍정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호주는 아시아 야구와 비슷하지만, 호주 대표팀 감독은 번트 야구를 하지 않는 성향으로 알고 있다"며 "호주전을 위해 최종 엔트리에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들을 많이 뽑았다. 양의지가 그걸 잘 알고 운영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그의 노련함을 기대했다.
이 감독의 기대에 양의지도 각오로 부응했다. 양의지는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부진했을 때는 몸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준비를 많이 못했던 게 가장 컸다"며 "이번 대회는 정말 잘 준비해 결과를 보여드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