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42일 만인 24일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아바타2’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국내에서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시즌1이라 할 수 있는 전작 ‘아바타’가 해외영화 최초로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데 이은 성과다.
‘아바타2’의 흥행은 단순히 코로나19 이후 극장가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을 넘어 OTT가 점령한 영화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돌파해가려면 어떻게 관객들에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산업의 미래 제시하다 ‘아바타2’의 1000만 관객 돌파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영화 첫 천만 영화에 등극한 ‘범죄도시2’의 흥행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매출액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단 25일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범죄도시2’는 관람객 수 1017만 2149명에 매출액 1051억 7142만원을 벌어들였다. 반면 ‘아바타2’는 천만관객 직전인 23일까지 관람객 수 997만 8934명에 매출액 1263억 662만원을 돌파했다. ‘아바타2’가 ‘범죄도시2’보다 20만명 가까이 적은 관객수로 20% 이상 많은 매출액을 벌어들인 것이다.
‘아바타2’는 3D 기반의 ‘체험형 콘텐츠’를 가득 담아 일반 상영관보다 비싼 특별 상영관에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국내 영화관은 2D 상영관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아바타2’는 23일 기준 3D, 아이맥스, 돌비, 4D 등 특별 상영관의 누적 매출액 점유율이 69.7%로 2D 상영관을 앞섰다. 실제 관람객도 절반 이상(52.5%)이 특별 상영관에서 ‘아바타2’를 감상했다. ‘범죄도시2’의 매출액 점유율과 누적 관람객 모두 99%가 2D 상영관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아바타2’는 전작보다 압도적으로 발전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보여줬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근본적으로 다른 영화적 경험(지난해 10월 6일, ‘아바타2’ 관객과의 대화 중)”이다. 전작에서는 컴퓨터로 구현한 장면이 70~75%에 그쳤지만, 이번 속편에서는 90%에 달하는 장면이 CG로 이뤄졌다. 하지만 모든 장면 속에서 CG가 부자연스럽게 부각되는 느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극장 환경에 맞춰 세세하게 영화 상영 포맷을 수정하는 세심함도 곁들였다. ‘아바타2’의 프로듀서 존 랜도는 앞선 관객과의 대화에서 모션체와 특수효과를 결합한 4DX, 탁 트인 비율의 스크린X 등 다양한 특수 상영관 환경에 맞춰 영화를 배급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높은 퀄리티 추구하는 관객들 ‘돌비’에 몰렸다 이제 관람객들은 영화에 ‘스토리’만을 기대하지 않는다. 높고 선명한 화질, 생생한 음향, 몰입할 수 있는 체험까지 합쳐진 경험을 기대한다. ‘아바타2’를 관람하기 위해 관객들은 ‘4K·HDR·HFR 3D’ 세 가지가 모두 구현되는 상영관을 찾는다.
4K는 초고화질 화면으로 해상도를 의미한다. 해상도는 한 화면에서 가로로 몇 개의 픽셀이 들어가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컴퓨터 모니터 등에서 사용하는 풀 HD(FHD)는 가로 1920p 세로 1080p다. 4K의 경우 풀 HD보다 4배가량 더 크다. 해상도가 낮으면 안경을 벗은 것처럼 지저분하고 흐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HDR(High Dynamic Range)은 명암비로 가장 어두운 곳부터 밝은 곳의 범위를 최적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면의 대비가 뛰어나 또렷하고 색의 차이를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관객들이 ‘아바타2’에서 주목한 기술은 초당 48프레임의 ‘하이프레임레이트(HFR)’다. 일반적인 영화 표준은 초당 24프레임이 들어가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3D작업이 많이 들어가는 수중 장면에서 섬세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48프레임을 고집했다. 또한 각 프레임과 호환을 위해 기존 24프레임 영화를 쪼개 48프레임으로 맞춰 상영되도록 영화사에 배급했다. 초당 프레임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화면 속 구성된 CG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최신 영화기술을 제대로 구현하는 상영관은 국내 많지 않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1.43 대 1 비율’을 보유하고 있는 CGV용산아이파크몰(CGV용산)도 영화 개봉 초기 ‘아바타2’의 상영스펙을 2K 해상도에 HFR을 적용한 것으로 상영하다가, 관람객이 ‘4K+HFR’을 선호하자 4K로 스펙을 높였다.
메가박스의 경우 4K와 HFR, HDR이 모두 구현되는 돌비 시네마 상영관으로 혜택을 톡톡히 봤다. 메가박스는 ‘아바타2’ 개봉일인 지난달 14일 남양주와 영통 등에서 영상장비 오작동으로 상영을 취소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아바타2’를 관람하기 위한 최적의 상영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돌비 시네마 상영관은 국내 단 5개만 존재하지만, 23일 기준 ‘아바타2’ 누적매출액 점유율 3.4%를 차지하고 있다. 전면과 양측까지 모두 영상으로 채우는 스크린X 상영관은 돌비 시네마 상영관보다 스크린수가 3배 더 많지만, 매출액 점유율은 2.5%에 그쳤다.
‘아바타2’의 성공은 코로나19와 OTT플랫폼의 등장으로 위기에 봉착한 극장 산업이 지향해야 할 길을 제시했다. ‘아바타2’의 프로듀서 존 랜도는 지난해 부산시 해운대구를 찾아 다음과 같이 짚었다. 그의 말은 이제 현실이 됐다.
“팬데믹 기간에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나 왔다면, 이젠 우리가 드디어 상영관으로 돌아올 때라는 신호를 드리고 싶다. ‘아바타: 물의 길’이야말로 극장으로 관객을 다시 불러오게 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