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키움 히어로즈 스프링캠프를 방문한 박찬호 해설위원이 안우진과 대화하고 있다. 키움 제공
"대표팀 세대교체가 된 것 아닌가?"
'코리안 특급' 박찬호 야구 해설위원은 14일(한국시간) 키움 히어로즈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본지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 위원은 "안우진이 있어야 세대교체가 되는 거냐"고 되물으며 "(그게 아니라면) 안우진은 그럼 아닌 거다. 시대가 아직 그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야구대표팀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추신수(41·SSG 랜더스)가 미국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 WBC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오른손 투수 안우진(키움)을 거론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출장 정지)도 받았는데 국제대회는 못 나간다"며 "일찍 태어나 야구했다고 선배가 아니다. 불합리한 처지의 후배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고 주장한 게 화근이었다. 추신수는 안우진을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을 걸 두고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더디다"는 뉘앙스로 설명하기도 했다.
안우진은 지난해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 KBO리그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탈삼진)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명실상부한 최고 선수다. 2021년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 베어스)가 세운 단일 시즌 탈삼진 기록 225개에 1개 부족했다. 하지만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학폭) 이력 탓에 WBC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 자격이 영구 박탈됐다.
대한체육회가 관여하지 않는 WBC 출전은 가능했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찬호 위원은 "추신수 선수가 감독이라면 그 말이 맞다. 우승하고 일본을 꺾으려면 안우진이 필요하고 (안우진을 뽑으면) 더 좋을 거다. 추신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나쁘다고 할 필요가 없다. 그건 그의 생각"이라며 "다만 지금은 안우진이 필요가 없는 거다. 과거의 사고(사건)가 억울할지 아닐지…리그가 정한 거고 리그가 그 선수에게 (처벌을) 내린 거"라고 강조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박찬호 해설위원의 모습. 키움 제공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124승(98패)을 기록한 박찬호 위원은 키움의 젊은 투수들을 원포인트로 지도했다. 안우진도 그중 한 명이었다. 박 위원은 "(안우진에게) '억울해하지 말라'고 얘길 해줬다.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사례를 만들어줬다. 큰 선수들의 사고(사건)는 영향력이 커진다"라며 "학교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아이들에게 엄청난 정보가 될 거다. 안타까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 추신수는 추신수대로 소견을 얘기한 거지 누굴 공격하려는 건 아니다. 절실하게 한국야구가 일본에 이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했을 거"라고 감쌌다.
조범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선수 기량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의 상징적인 의미, 책임감과 자긍심 등을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30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좋은 선수를 데리고 대회를 치르고 싶은 건 이강철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은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13년 3회 대회와 2017년 4회 대회에선 모두 1라운드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선 성적을 반등해야 한다.
박찬호 위원은 "감독님이 굉장히 현명한 선택을 했다"며 "감독은 이기고 싶을 거다. 그런데 사회나 팬, 국민 정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추신수가 (발언 후) 시련을 겪지 않았나. 타이밍이 안 맞았던 거 같은데 (추신수가 보여준) 소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WBC 출전이 좌절된 안우진은 소속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안우진은 "내가 부족했다. 아쉬운 건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