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국내 서비스 계정 공유 단속 가능성에 이용자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막강한 콘텐츠 파워 덕에 대대적인 가입자 이탈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내달 중순 한국 이용자의 계정 공유 차단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2가 방영을 시작하는 오는 3월 10일 전후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참에 해지해야겠다" "막상 탈퇴하니 생각이 안 나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넷플릭스 측은 "이미 정책 도입을 발표한 곳 외 국가의 일정은 아직 확인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3년 1분기 대상 국가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9일부터는 캐나다·뉴질랜드·포르투갈·스페인의 계정 공유 단속에 들어갔다.
이용자는 주 시청 장소를 설정해야 한다. 같은 곳에 살지 않는 가족을 위해 2개의 보조 계정을 허용했다. 이외 계정 공유자에게는 캐나다에서는 7.99캐나다달러(약 7700원), 뉴질랜드에서는 7.99뉴질랜드달러(약 6500원), 포르투갈에서는 3.99유로(약 5500원), 스페인에서는 5.99유로(약 8200원)의 추가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나라별로 추가 사용료가 다르지만 하한선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월 5500원으로 가장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계정을 쉽게 공유하는 것이 인기가 많았지만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며 "오늘날 1억 이상의 가구가 계정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훌륭한 새 TV 및 영화에 대한 투자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작년부터 아르헨티나와 페루 등 남미를 중심으로 계정 공유 차단 정책을 설계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상 이용자가 차단되는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유료 가입자 관리 전략으로 넷플릭스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대비 50% 이상 상승했다. 중장기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받은 것이다.
넷플릭스의 변화가 국내 OTT 생태계에는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이 쏠린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2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 국내 엔터테인먼트 앱 1위와 2위는 유튜브(4065만명)와 넷플릭스(1160만명)가 가져갔다.
티빙은 490만명으로 5위에 머물렀으며, 웨이브는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 앱 분석 플랫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조사에서 넷플릭스는 더 글로리 효과로 올해 1월 앱 사용자 수가 1279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두 달 전보다 15% 증가했다.
소비자 기대에 반하는 넷플릭스의 가격 정책에도 국산 플랫폼의 점유율 추격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가입자가 빠져나가겠지만 요금 인상으로 회사 매출은 오를 것"이라며 "다른 킬러 콘텐츠들이 나오면 다시 가입자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성 교수는 또 "미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마케팅 데이터에 근거해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한다"며 "국산 플랫폼도 광고형 요금제 도입은 가능하겠지만 국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정적인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콘텐츠 파워 등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