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코치님께서 '연습 경기여도 이기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다'고 하셨더라. 팀이 이 좋은 분위기, 좋은 기운을 이어가면 좋겠다."
이태양(33·한화 이글스)은 지난 시즌 SSG 랜더스에서 통합 우승을 맛 봤다. 한화에서 뛸 때 한국 시리즈(KS)에 등판하는 상상조차 못 해봤다는 그에게는 낯선 경험이었다. 그런 그가 우승을 마치고 향한 곳이 바로 그 친정팀 한화였다.
이태양은 24일까지 미국 애리조나 메사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23일(현지시간) 열린 1차 캠프 마지막 청백전에도 등판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한화는 인천을 경유해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2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한다.
2년 만에 해외 캠프. 친숙하면서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곳에서 훈련한 소감은 어땠을까. 이태양은 본지와 통화에서 "몸 컨디션은 좋다. 아픈 곳 없이 잘 준비하고 있다. 불펜 투구 때 감각적인 부분도 생각보다 괜찮다"고 전했다. 그는 "SSG로 트레이드되기 전인 2020년 스프링캠프 때 바로 이곳 애리조나 메사로 왔다"며 "해외 캠프가 다시 열리게 됐고 다시 한화 소속이 돼 이곳에 돌아왔다.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이태양은 커리어 동안 선발과 불펜을 꾸준히 오갔다. 1군에서 자리 잡은 2014년 팀의 에이스였고,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재활을 마친 2016년에도 선발 투수로 팀을 지켰다. 이어 2018년에는 팀의 필승조 셋업맨이었고, 이후 불펜과 선발을 오갔다. 지난해에는 전반기 평균자책점 2.93으로 팀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한화에서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신 많은 투구 수를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태양은 "보직이 정해진 건 없지만, 일단 길게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불펜으로만 준비하면 시즌 때 길게 던질 수 없다. 어느 정도 많이 던질 수 있게 준비하다가 불펜 준비로 바꾸는 게 반대보다 더 수월하다”고 했다.
전반기 활약했던 이태양은 후반기 부진(평균자책점 6.26)했고, KS에서도 추격조 역할만 맡았다. 부진했던 이유를 찾고 극복하는 게 올 시즌의 과제다. 그는 “시즌을 치르다 보면 작년처럼 당연히 페이스 기복이 생긴다. 페이스가 내려갔을 때 빨리 원래 흐름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항상 여름에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데, 지금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체력을 잘 비축하겠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 시즌 중에도 상황에 맞게 몸 상태를 잘 조절해 보겠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투수는 제구가 제일 중요하다. 불펜 투구 때부터 깊은 코스를 던져보고 릴리스 포인트 감각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투수는 결국 직구든 변화구든 던질 때 손끝에서 떠난다. 캐치볼 때부터 막연하게 팔을 푼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이 포인트에서 이 감각으로 던졌을 때 공이 어느 쪽으로 가는구나’라고 기억하면서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지난 19일과 2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네덜란드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연승을 거뒀다. 연습경기에 불과하지만, 쟁쟁한 선수들도 포함된 네덜란드 상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다. 이태양은 “네덜란드전에서 우리 어린 선수들이 패기 있게, 파이팅도 많이 외쳤다. 이대진 수석 코치님께서 '연습경기지만 이기는 버릇을 들여야 좋은 것’이라고 하셨다. 팀이 이 좋은 분위기, 좋은 기운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