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34·KIA 타이거즈)은 태극마크와 인연이 깊지 않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지만 2013년 1군 데뷔 후 국가대표 경험이 두 번밖에 없다. 이마저도 2015년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마지막이다.
다음 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나성범은 "(국가대표로) 8년 만에 뽑혀서 긴장도 되는 거 같다"며 웃었다. 나성범은 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한 6명의 외야수 중 하나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김현수(LG 트윈스)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크다는 걸 고려하면 박건우(NC 다이노스)와 외야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프리미어12는) 어렸을 때여서 뭣도 모르고 선배들을 도와주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그랬다. (지금은) 나이가 된 상태에서 뽑혔다. 처음 뽑히는 후배들도 있는 데 많이 도와가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WBC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외야수 중 박해민(LG 트윈스)과 최지훈(SSG 랜더스)은 백업 외야수 혹은 대주자가 유력하다.
나성범은 2021년 12월 6년, 최대 150억원(계약금 60억원, 총연봉 60억원, 옵션 3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부터 함께한 NC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WBC 야구 대표팀에 뽑혔다는 건 KIA 이적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냈다는 의미다. 실제 나성범은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20(563타수 180안타) 21홈런 97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402)과 장타율(0.508)을 합한 OPS가 0.910에 이른다. 이정후(0.996)와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0.910)에 이은 리그 3위. 득점권 타율까지 0.316으로 높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언제나 국가대표로 뽑히면 좋은 거다. 항상 불러주시면 준비돼 있다"며 "WBC는 4년에 한 번 있는 대회인데 나이가 들기 전에, 내가 힘을 쓸 수 있는 나이에 뽑혀서 기분이 더 좋은 거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WBC는 3월 8일(현지시간) 막을 올린다. KBO리그 개막(2023시즌 4월 1일)에 앞서 열리는 대회여서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출전하는 선수들은 예년보다 빠르게 몸을 만들어야 한다. 어깨 상태에 민감한 투수들의 부담이 크지만 생소한 건 타자도 마찬가지다. 나성범도 스케줄을 당겨서 소화했다. 체력 훈련을 할 시기에 기술 훈련을 들어갔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게 처음이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경기(대회)에 맞춰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WBC는 이른바 '야구 월드컵'으로 불린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달리 현역 빅리거가 총출동하는 국가대항전이다. 나성범은 "자세하게 보진 않았지만, (출전하는 다른 나라에) 누구누구 뽑혔는지 검색을 해봤다. 다들 대단하고 그냥 다 에이스급 투수인 것 같다"며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단기간에 야구는 모르는 거다. 일단 붙어봐야 하지 않을까. 2014년 아시안게임은 (경기를) 뛰었지만 2015년에는 (주로 대타로) 뒤에 나갔던 기억이 많다. 국가대표에 오랜만에 뽑혀 긴장도 많이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라운드 B조에 속했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은 물론이고 호주, 중국, 체코와 조 2위까지 주어지는 2라운드 진출 티켓을 두고 다퉈야 한다. 나성범이 생각하는 한국 야구의 저력은 뭘까. 그는 "끝날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우리나라의 색깔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