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한신과의 평가전에서 승리한 뒤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선 첫 경기가 하루 남았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기대대로 '철벽'을 보여줄 수 있을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은 지난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평가전에서 2-4로 패했다. 이날 경기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포함된 '완전체' 대표팀이 치른 첫 실전이었다. 두 선수는 대회 규정에 따라 3월 3일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에서는 출전하지 않은 바 있다.
평가전의 목적은 컨디션 점검이다. 주전 전원이 함께하는 실점이 처음인 만큼 승패보다 경기 내용이 중요하다. 그런데 바로 그 내용이 문제였다. 투수진의 투구도 전반적으로 좋았고 타선도 10안타를 쳤다. 그런데 내야진이 흔들려 3실책을 기록한 게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오릭스가 한국 대표팀 상대로 만든 4점 중 3점이 실책으로 인해 나왔다.
실책을 기록한 이가 김하성과 오지환(LG 트윈스)이어서 더 뼈아팠다. 오지환은 0-1로 뒤처지던 2회 1사 2루 상황 때 이케다 료마의 평범한 정면 타구를 놓쳤다. 뒤로 물러나면서 잡으려다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고 떨어뜨려 1·3루 위기를 만들었다. 후속 타자 야마아시 타츠야의 땅볼 타구를 처리할 때도 송구 과정에서 공을 떨어뜨렸다. 대표팀은 구원 등판한 김광현(SSG 랜더스)이 적시타를 맞았고, 소형준(KT 위즈)은 비자책점 2점을 포함해 3실점으로 이날 등판을 마무리했다.
김하성 역시 불안감을 노출했다. 3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그는 6회부터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나섰지만, 2사 1·3루 상황에서 땅볼 타구를 처리하지 못해 3루 주자 득점을 허용했다.
지난 6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오릭스와의 연습경기. 한국 오지환이 2화말 1사 1,3루 상황에서 오릭스 야마하시의 내야땅볼을 놓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교세라돔은 인조 잔디를 사용한다. 대부분 천연잔디를 사용하는 국내 구장과는 환경이 다르다. 오지환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은 물론 김하성의 홈구장 펫코파크도 천연 잔디를 사용한다. 대표팀 캠프가 진행된 투손도 천연잔디를 사용했다. 두 사람이 최근 인조 잔디를 접한 건 지난 2~3일 훈련을 치른 고척스카이돔 정도다.
내야 수비는 대표팀이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다. 김하성과 에드먼은 모두 지난해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이들이다. MLB닷컴은 두 선수에 대해 "이번 대회 최강의 수비 라인이 될 수 있다"는 극찬까지 남겼다. 국내파도 마찬가지다. 내야진 전원이 골든글러브 수상자다. 오지환을 필두로 수년 동안 각 포지션의 최고 수비수로 꼽혀온 이들이다.
사령탑이 이강철 감독이기에 수비의 중요성이 더 크다. 이 감독은 KBO리그에서 수비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하는 지도자다. 소속팀 KT의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KT는 2020년 타격 4관왕으로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멜 로하스 주니어와 함께 최종 3위를 기록했다. 2021년 로하스가 떠났고 팀 홈런은 163개(2위)에서 106개(7위)로 급감했다.
그러나 KT는 통합 우승을 이뤘다. 마운드와 수비로 이룬 성과였다. 수비가 약한 로하스 대신 수비 범위가 넓은 배정대를 중심으로 외야진을 짰고, 강백호의 강견을 포기하고 그를 1루로 배치한 게 실점 감소로 이어졌다. KT는 지난 시즌에도 실책 96개로 최저 2위를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공격력 대신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베테랑 유격수 김상수를 영입했다. 이번 대표팀도 이강철 감독에게는 수비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한국이 14년 만의 WBC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수비로 '일'을 내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본선 1라운드에서 인조 잔디를 극복하고 탄탄한 수비를 펼쳐야 한다. 오는 9·10일 열리는 호주전과 일본전을 비롯해 B조 1라운드 일정은 모두 인조 잔디가 깔린 도쿄돔에서 열린다. 대표팀이 '최강의 수비라인'의 실력을 보여줘야 '강철매직'의 야구도 계산대로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