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을 굳힌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도 올랐다. 거듭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시즌, 그 중심에 단연 김민재(27)가 있다.
나폴리는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린 2022~23 UCL 16강 2차전에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에 3-0 완승을 거뒀다. 1차전 원정에서 2-0 승리를 거뒀던 나폴리는 1·2차전 합계 5-0으로 8강에 진출했다.
나폴리가 유럽 최고 권위 대회인 UCL에서 8강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나폴리는 세 차례 16강 올랐지만 번번이 탈락의 쓴맛을 봤다. 처음으로 UCL 8강에 오른 이번 시즌은 구단 역사에도 남게 됐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우승도 기정사실이 됐다. 26라운드 현재 승점 68(22승 2무 2패)로 2위 인터밀란(승점 50)에 18점 앞서있다. 축구 통계 전문 업체 옵타는 나폴리의 우승 확률을 99.9%에서 100%로 상향조정했다. 우승이 확실해졌다는 뜻이다.
나폴리가 세리에A 정상에 오르면 무려 33년 만이자 1905년 창단 이래 역대 세 번째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하던 1989~90시즌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에A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다가, 올 시즌 비로소 그 기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챔스 8강 진출팀들 가운데 빅리그 우승도 함께 유력한 팀은 나폴리가 유일하다. 바이에른 뮌헨(독일)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2점 차 살얼음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빅리그 우승과 함께 유럽 최고 권위 대회인 챔스 정상에도 도전하고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민재의 '이적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물론 공격진의 빅터 오시멘이나 영입생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등의 활약도 눈부시지만, 주전 수비진 가운데 새로 합류한 선수는 김민재가 유일하다.
특히 나폴리는 이번 시즌 막강한 화력만큼 단단한 수비도 강점이다. 리그에선 26경기에서 단 16실점만을 허용했고, 챔스에서도 조별리그 포함 8경기에서 6실점으로 0점대 실점률을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김민재는 리그는 단 1경기 결장했고, 챔스에선 전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단번에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은 뒤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새 역사를 쓴 프랑크푸르트전도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다. 김민재는 선발로 출전해 66분을 소화하면서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경기 내내 공중볼을 장악했고, 한 템포 빠른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번번이 끊어냈다. 경고 트러블과 부상 예방 차원에서 후반 중반 교체됐는데도 현지에선 7점대 이상 평점이 쏟아졌다.
이같은 활약은 시즌 중 '반짝'이 아니라 세리에A와 챔스 모두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다.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 시즌 평점에 따르면 김민재는 세리에A와 챔스 모두 시즌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시즌 유럽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수비수라는 평가가 결코 과하지 않은 이유다.
이미 김민재는 합류하자마자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을 이끈 역대 최고의 영입으로 구단 역사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챔스에서도 구단 새 역사의 중심에 선 수비수로 조명을 받게 됐다. 유로스포츠 이탈리아판은 프랑크푸르트전 직후 “김민재는 극복할 수 없는 벽”이라고 극찬했다. 현지에서 바라보는 김민재의 존재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