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를 주관하는 입장이어도 내심 애국심은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MLB) 사무국 총재가 불안했던 미국 투수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국 야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일본에 3-2로 패했다.
미국은 이번 대회 우승에 진심이었다. 지난 대회 우승하고도 그 이상의 선수단을 꾸려왔다. 마이크 트라웃을 비롯해 무키 베츠, 놀란 아레나도, 폴 골드슈미트, 트레이 터너 등 당대 최고의 야수들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졌다. 타선의 차이 때문은 아니다. 4강전을 결승 만루포로 뒤집은 것처럼 미국 타선은 이름값에 걸맞은 파괴력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마운드가 문제였다. 애덤 웨인라이트, 랜스 린, 메릴 켈리, 카일 프리랜드가 주축 선발 로테이션을 맡았다. 네 투수 모두 MLB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중상위권 투수들이지만, MLB에서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는 투수들은 아니다.
미국 국적 올스타로 나왔다면 미국은 각 팀의 에이스도 4인 로테이션에 드는 게 버거울 정도로 탄탄한 투수진을 구성할 수 있었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 저스틴 벌랜더를 필두로 맥스 슈어저, 제이콥 디그롬, 애런 놀라, 카를로스 로돈, 케빈 가우스먼, 맥스 프리드 등 굴지의 에이스들이 모두 미국 대표팀에 출전할 수 있으나 나서지 않았다.
각 팀의 에이스들이 모두 불참한 미국 마운드는 투수력에서 일본에 밀렸다. 미국과 달리 에이스급이었던 오타니 쇼헤이와 다르빗슈 유가 모두 참가한 일본은 두 투수에 더해 사사키 로키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강속구 투수들이 대거 참가해 힘으로 미국을 눌렀다.
만프레드 총재 역시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디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들에 의하면 만프레드는 시상식에서 "우리는 훌륭한 투수들을 거느리고 있다. 우리 야수들처럼 높은 수준의 투수들도 WBC에서 보고 싶다"고 아쉬움 섞인 소감을 전했다.
만프레드의 소감은 동시에 다음 대회 흥행을 위한 초대장이기도 하다. 만프레드는 "차기 대회는 2026년에 100%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음 대회 개최를 확언하면서 더 많은 선수들이 출전해 대회 수준을 올리고 싶다는 의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