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21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감독' 이승엽(47)의 진짜 데뷔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슈퍼스타의 명성은 지도자로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이승엽 두산 감독은 다음달 1일 개막전으로 드디어 공식 감독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선임 때부터 온갖 화제를 끌어 모았지만, 누구도 '이승엽의 두산'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전무했다. 게다가 그가 받은 선수단은 '왕조'를 마감하고 정규시즌 9위에 그친 팀이었다.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양의지를 선물로 받았으나, 이 감독이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 더 많았다.
취임식 후 160일(26일 기준)이 지났다. 이승엽 감독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5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그 누구라도 시즌을 앞두고 걱정은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 시점에서 선수들, 코칭스태프, 모든 프런트가 다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다. 삼위일체의 원 팀(One team)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훈련량이나 분위기 등 (그걸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승엽 감독의 말처럼 두산 선수단은 지난 160여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를 마친 후 회복을 우선해야 했던 이전과 달리 가을 캠프부터 대규모로 꾸렸다.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는 최고참 김재호가 야간 훈련을 자처할 정도로 훈련량이 늘었다. 귀국장에서 만난 두산 선수단의 얼굴은 이승엽 감독을 포함해 모두 까맣게 타 있었다.
남은 건 성적이다. 이승엽 감독은 “결과는 노력했던 걸 가지고 얼마만큼 경기력으로 발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주눅들지 않고 그라운드 안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벤치가 그렇게 하도록 잘 지원해주면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꾸준히 밀고 있는 '키 플레이어'도 있다. 두산은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4.82(9위)로 고전했다.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이 "(마무리) 홍건희, (셋업맨) 정철원, (롱 릴리프) 김명신 말고는 6점 차에서도 올릴 투수가 마땅치 않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선수층이 얇았다.
7회를 막아줄 투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승엽 감독이 주목한 건 1차 지명 출신 왼손 투수 이병헌이다. 시범경기 7경기에 나서 3홀드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이 낮진 않지만, 홈런을 맞은 20일 KT 위즈전을 제외하면 실점이 없다.
이 감독은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투구폼이 아니다. 디셉션(릴리스 전까지 공을 숨기는 동작)이 좋다. 왼손 타자 입장에서 까다로울 수 있는 유형이다. 24일 경기에서도 최고 시속 148㎞가 나왔다. 직구도 똑바로 들어오는 공이 아니다"라고 칭찬하면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기만 한다면 아주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남겼다.
다만 개막을 앞두고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부분들은 고민거리다. 25일 기준 두산의 시범경기 성적은 공동 7위(3승 5패 2무)에 그치고 있다. 승패보다 경기 내용에 아직 아쉬움이 있다. 지난 2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10-3으로 이기고도 마운드가 볼넷을 9개나 내줬다. 26일 경기 역시 볼넷 8개를 허용했다.
이승엽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 시점에는 플레이가 확실히 정립돼야 한다. 나오지 말아야 할 플레이는 안 나와야 한다"며 "이기는 경기에 맞춰 투수진을 기용했는데도 볼넷이 9개나 나왔다. 볼넷은 쓸데없이 출루를 허용하는 것이다. 볼넷을 허용하느니 안타를 맞는 게 팀 분위기나 수비수를 위해서라도, 경기의 리듬이나 흐름을 봤을 때도 낫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대한이 세이프티 번트를 초구에 미스한 장면도 있다. 우리 팀은 디테일한 면을 더 신경써야 한다. 작전이 났을 때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는 세밀함이 있어야 한다"며 "실패했을 때 두 번 실수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제는 시즌 때 보여줄 경기력을 펼칠 때가 됐다. 모든 테스트는 거의 끝난 것 같다”고 했다. '스프링캠프니까', '시범경기니까' 감독이 지켜본 단계는 끝나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