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 축구대표팀을 맡아 두 개의 큰 대회를 앞둔 황선홍(55) 감독은 고민이 크다. 대회 준비 시간이 부족해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황선홍호에서 에이스로 활약할 이강인(22·마요르카)의 합류 시점도 알 수 없어 속이 탄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U-24(24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설 예정이다. U-22(22세 이하) 대표팀과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황 감독은 3월 A매치 기간을 활용해 두 팀(각 25명씩 총 50명)을 이끌고 카타르 원정을 떠났다. U-24 대표팀은 카타르 프로팀 알 가라파와 연습 경기에서 1무 1패를 거뒀고, U-22 대표팀은 친선대회인 도하컵에서 우승이란 성과를 냈다.
올림픽팀은 만족보다 걱정이 앞선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지역 예선이 모두 9월에 열리는데, 선수들을 소집할 기회가 딱 2번(6월·9월)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카타르 원정을 마치고 취재진과 마주한 황선홍 감독은 “작년 6월 이후 24세(아시안게임)는 소집이 한 번도 없었다. 조직력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올림픽 멤버는 세 번째 소집이라 연속성이 있는데, 아시안게임 대표는 시간도 촉박하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뽑힌 아시안게임 대표 25인은 대회 직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는 22명이다. 이강인, 오현규(셀틱)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비롯해 와일드카드(연령 무관) 셋이 합류하면 사실상 다른 팀이 된다.
황선홍 감독은 “계속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오현규는 지난해 (9월) 화성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1-1 무) 때 한 번 했고, 이강인은 계속 못 만나고 있다. 빨리 만나서 함께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강인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모두 나설 수 있다. 두 팀에서 중역을 맡을 공산이 크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핵심으로 여기고 ‘프리롤’을 부여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팀의 중심이 돼야 할 이강인과 지난해 6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아시안컵 이후 호흡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6월, 9월 A매치 기간이 이강인을 불러 점검할 마지막 기회다. 이강인을 발탁하려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과 ‘교통정리’는 필수다. 황선홍 감독은 “상암에서 클린스만 감독님을 뵙고 상황을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6월이나 9월 전에 만나서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소통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과) 협력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동료들도 이강인의 합류를 고대하고 있다. 황선홍호의 에이스이자 이강인의 경쟁자인 고영준(포항 스틸러스)은 “강인이의 활약이 동기부여가 된다. 나도 (성인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강인이가 볼 소유, 패스가 좋아서 같이 뛴다면 내가 2선 침투를 잘해줄 것 같다”며 호흡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