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는 지난 5일 10번째 미니앨범 ‘셀프’(SELF)를 발표하고 약 1년 2개월 만에 전격 컴백했다. ‘셀프’는 데뷔 12주년을 기념해 에이핑크 멤버들이 특별히 공을 들인 앨범이자, 지난해 손나은의 탈퇴 후 5인조로 개편한 에이핑크의 첫 음반이기도 하다.
오랜 공백기에도 에이핑크의 화력은 여전했다. 타이틀곡 ‘디 앤 디’(D N D)는 발매 직후 멜론 4위, 지니 5위 등 주요 음원사이트 최신 차트에 최상위권으로 진입했으며 멜론 톱100에도 진입했다. 수록곡 전곡도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차트에서도 남다른 인기를 자랑했다. ‘셀프’는 5일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폴, 베트남에서 1위를, 인도네시아, 터키, 홍콩 등에서 2위를, 멕시코, 대만에서 3위를, 태국에서 6위를 기록하며 10개국에서 톱10을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 차트에도 나란히 진입해 에이핑크의 여전한 명성을 입증했다.
‘셀프’는 단어 뜻 그대로 타인이 원하는 모습이 아닌 온전히 ‘나’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타이틀곡 ‘디 앤 디’ 외에 ‘윗챠’, 박초롱이 작사한 ‘미, 마이셀프&아이’, 김남주가 작사한 데뷔 12주년 기념 팬송 ‘캔디’, 지난해 공개된 팬송 ‘나만 알면 돼’까지 총 5개의 트랙이 실렸다.
◇ 타이틀곡 ‘디 앤 디’
‘디 앤 디’는 신나는 팝 댄스 곡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니 너만의 세상을 상상해 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오하영의 달콤한 음색으로 시작되는 ‘디 앤 디’는 구멍 하나 없는 에이핑크 멤버들의 탄탄한 가창력과 활기찬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한다. 멤버 김남주, 박초롱의 안정적 파트가 귀를 사로잡으며 윤보미와 정은지의 시원한 고음으로 노래의 맛을 살린다.
서정적인 가사는 희망과 위로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너를 있는 모습 그대로 믿어봐 해야 하는 것보단 하고 싶은 걸로”, “때론 아무 대책 없이 내일을 낙관해도 괜찮아” 등의 메시지는 특히 혼란과 불안의 시기를 겪고 있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뮤직비디오의 메시지도 직관적이다. 간호사, 화가, 직장인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변신한 에이핑크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고충을 겪고 지친 기색을 보인다. 그러나 이내 ‘디 앤 디’를 통해 점차 웃음을 되찾아가며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정답이 없는 세상 속에 ‘진짜 나 다운 게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열어준다.
정은지가 “에이핑크의 아이덴티티였던 ‘힐링’의 의미가 담긴 곡”이라고 말한 것처럼 에이핑크는 팀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노래로 대중에게 돌아왔다. 1년여 만의 컴백이자 팀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고심이 깊었을 거라 예상되지만, 결국 가장 에이핑크다운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증명해냈다.
‘디 앤 디’에서는 멤버들의 여유와 성숙함이 느껴지지만 데뷔 초에 에이핑크가 보여준 청순하고도 밝은 기운이 그 시절 그대로 전달된다. 그간 수많은 ‘힐링송’으로 대중을 즐겁게 해줬던 에이핑크의 컴백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어느덧 데뷔 13년 차에 접어들어 대한민국에 몇 안되는 ‘장수 걸그룹’으로 남은 에이핑크가 앞으로도 본연의 색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노래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