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시즌 시작 직전, "한 KBO리그 구단의 선수가 불법 온라인 도박을 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에 대해 신고를 접수했다"라는 일간스포츠의 단독 보도가 있었다. 보도 직후 어느 구단 누가 혐의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던 중 LG 트윈스는 지난 14일 이천웅이 혐의사실을 인정했음을 밝혔다.
LG 트윈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2일 이천웅이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구단은 사실 파악 직후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즉시 통보했다. 향후 검찰 조사와 KBO의 후속 조치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사건에 대해 밝히고 사과했다. 이천웅은 같은 날 경찰에 불법 온라인 도박 참여에 대해 자수했다고 한다.
KBO가 수사를 의뢰한지 약 열흘 정도 된 만큼 구체적인 혐의내용은 추후 밝혀질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살펴야 할 법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법령이 금지하는 '도박'의 의미 및 위법성이다. 판례는 '도박'을 참여한 당사자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다투는 것으로 정의한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도5802 판결). '도박'을 처벌하는 건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기 위해서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도736 판결).
이러한 입장에서 「형법」은 도박을 한 사람을 처벌하되,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246조 제1항). 상습으로 도박하는 경우 가중처벌한다(제246조 제2항). 그리고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할 경우와 법령에 의하지 않고 복표를 발매하거나 중개하거나 취득한 사람 또한 처벌한다(제247조, 제248조). 이때 대면이 아닌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도박을 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된다. 나아가 「국민체육진흥법」에서 정한 체육진흥투표권을 도박에 이용하거나 이와 유사한 체육진흥투표권을 만들어 사용할 경우에도 처벌한다(제47조, 제48조, 제49조).
현재 이천웅과 관련해서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운동경기 결과와 관련한 도박(불법 스포츠토토)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자수'의 법적 의미와 효과다. 「형법」은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한다(제52조 제1항). 자신의 범죄사실을 신고한다는 점에서 고소 및 고발과 다르고, 수사기관의 신문에 응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자백과도 다르다. 판례는 자수의 시기가 범죄사실의 발각전후를 불문하나 소송단계 이전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령 신문 등에 혐의 사실이 보도되기 시작했는데도 수사기관으로부터 공식소환이 없을 때 자진출석해 사실을 밝힌 A씨의 전례가 있다. A씨는 처벌을 받고자 담당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자진출석해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혐의사실을 모두 자백해 자수를 인정받은 바 있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4도619 판결). 자수로 인정될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다만 임의적 규정이어서 감면하지 않아도 위법하지 않다.
KBO가 수사기관에 이천웅의 도박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상황에서 이천웅이 자수 했다. 위 판례에 의하면 자수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천웅은 1군에서 말소됐고 수사를 앞두고 있다. 스스로 혐의를 인정한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KBO 야구규약에 따라 제재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LG 트윈스는 이천웅을 개막 후 5일 동안 1군 선수로 등록했다. 이천웅 또한 구단의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가 KBO가 수사를 의뢰한 후에야 인정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구단과 선수 모두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불법 체육진흥투표권과 관련된 것이 아니고 자수하여 최악은 면했다는 생각이 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제 남은 것은 반성과 개선이다. 구단의 사과문에 적은 다짐이 실현되기를, 선수가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히고 수사에 협조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