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칸국제영화제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 위치한 뤼미에르 극장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식 레드카펫에는 조니 뎁을 비롯해 개막작 ‘잔 뒤 바리’ 출연 배우들과 중국배우 공리, 매즈 미켈슨 등이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개막식에서는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79)가 올해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앞서 잔느 모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제인 폰다, 장 폴 벨몽도, 알랭 들롱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포레스트 휘태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마이클 더글라스는 1966년 영화 '팔레스타의 영웅'으로 데뷔한 이래 할리우드 톱배우로 군림해왔다. 1987년에는 ‘월스트리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칸영화제와는 1972년 ‘차이나 신드롬’으로 초대돼 첫 인연을 맺었으며, 1992년 ‘원초적 본능’이 개막작으로, 1993년 ‘폴링 다운’이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수상 소감으로 “세계 곳곳에 수백 개의 영화제가 존재하지만, 칸 영화제는 단 하나입니다. 그리고 올해 76주년을 맞았습니다”라면서 “제가 사실 나이는 좀 더 많습니다”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영화는 인간과 인간의 존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그렇기에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건 정말 영광입니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더글라스는 “배우 생활을 시작하고 50여년 동안 성공만큼 실패도 열심히 했습니다”라면서 “그동안 저와 함께 일했던 영화 제작자들과 수백명의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객석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후 이번 칸 영화제 포스터 모델이 된 프랑스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80)가 등장하자 객석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개막작으로 상영된 ‘잔 뒤 바리’는 프랑스 왕 루이 15세와 그의 마지막 정부였던 장 뒤 바리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렸다. 전 부인 엠버 허드와 가정 폭력 공방으로 소송전을 벌이다 이번 영화로 복귀한 조니 뎁이 루이 15세를 연기했다. 프랑스 배우 겸 감독 마이웬이 연출과 뒤 바리 부인으로 주연도 맡았다.
‘잔 뒤 바리’는 당시 왕족과 귀족들의 타락한 사교계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 그들의 위선과 허영을 조롱한다. 영화는 마치 당시의 명화를 살려 놓은 듯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화면이 돋보인다. 나이든 루이 15세의 모습을 연기하는 조니 뎁은 마치 돌아온 탕자 같은 허무한 표정마저 느껴진다. 루이 15세는 64세에 천연두로 사망했는데, 영화에서는 천연두로 뒤덮여 부풀어 오른 그의 늙은 얼굴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한국영화가 없지만, 올해는 여러 명의 한국 신진 감독들이 칸의 러브콜을 받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 '화란'을 연출한 김창훈 감독과 '잠'을 연출한 유재선 감독은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잠'과 '화란'은 각각 21일과 24일에 스크리닝이 예정됐다. 블랙핑크의 제니는 첫 연기 도전작인 HBO 시리즈 '디 아이돌'로 레드카펫을 밟을 예정이다.
올해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는 총 21편이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만 5명에 이른다. 영국의 거장 켄 로치는 ‘디 올드 오크’로 광산에서의 시리아 난민 문제를 다룬다. 작년 ‘브로커’로 칸을 찾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괴물’로 다시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이탈리아의 난니 모레티 감독은 ‘어 브라이터 투모로우’로 초청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영화의 위기라는 소리가 나오는 요즘, 이번 칸영화제가 조명하는 영화들이 새로운 문화의 초석이 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