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4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1루 이재원이 투런홈런을 치고 홈인해 염경엽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5.24/
몸이 재능을 버티지 못하는 걸까. LG 트윈스 파워 유망주 이재원(24)의 얘기다.
이재원은 25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전날 경기에서 왼 허벅지 문제(타이트함)로 중도 교체됐던 그는 병원 검진에서 근육 미세 손상이 발견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빨라야 2주 정도 걸린다. (길면) 20일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벅지 근육 손상은 재발 우려가 크기 때문에 복귀 시점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이재원의 이탈은 올 시즌 처음이 아니다. 시범경기 막판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예상보다 공백이 길어져 지난 6일에야 시즌 첫 1군에 등록됐다. 그리고 19일 만에 다시 탈이 났다. 이재원은 허벅지 부상 전까지 15경기에 출전, 타율 0.270(37타수 10안타)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568)과 출루율(0.357)을 합한 OPS가 0.925로 수준급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재원은) 누구보다 욕심이 나는 선수다. 박병호(KT 위즈)의 어렸을 때를 능가하는 힘을 갖고 있다"며 "충분히 '제2의 박병호'가 될 수 있는 선수다. LG의 1루수가 아닌 대한민국의 1루수가 됐으면 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KBO리그 홈런왕을 6번이나 차지한 박병호가 비교 대상이라는 건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걸 의미한다. 이재원은 탄탄한 체격(1m92㎝·100㎏)에서 나오는 파워를 앞세워 지난해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2개)을 때려냈다.
2023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이재원이 경기 중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5.16.
'건강한' 이재원은 무시무시했다. 부상 복귀 후 때려낸 홈런이 하나같이 인상적이었다. 멀티 홈런을 기록한 지난 16일 KT 위즈전에선 4회, 시즌 홈런 최장 비거리인 136m(트랙맨 기준, 스포츠투아이는 135m)를 찍었다. 발사각 26.9도, 타구 속도가 178.8㎞/h인 이른바 '배럴 타구'였다.
'배럴 타구'는 발사각 26~30도, 그리고 타구 속도 98마일(157.7㎞/h)이 넘는 이상적인 타구를 의미한다. 24일 SSG전에서는 이날 KBO 데뷔전을 치른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겼다. 발사각이 40.9도로 높았다. 발사각이 크면 자칫 뜬공으로 아웃될 수 있지만 엄청난 힘으로 추진력을 만들어 비거리가 118.3m였다.
과거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 등에서 활약한 최승준은 월간 MVP(최우수선수)까지 차지한 거포였다. 2016년 6월 홈런을 무려 11개나 쏘아 올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무릎과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다 2020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전도유망한 토종 거포를 쓰러트린 건 '부상'이었다.
은퇴를 결정한 최승준은 당시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계속 아팠다. 아파서 지쳤던 것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췄어도 건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불과 몇 달 사이 옆구리에 허벅지까지 다친 이재원으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재능만큼 중요한 게 '건강'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