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고영준.(사진=프로축구연맹)고영준은 포항 창단 50주년 기념 매치의 주인공이었다.(사진=프로축구연맹)
고영준(22·포항 스틸러스)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창단 50주년 기념 매치에서 골을 넣은 소감으로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꼈다”고 했기 때문이다.
포항은 29일 오후 4시 30분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포항은 4경기 무패(2승 2무)를 질주했다.
전북전이 창단 50주년 기념 매치라 이날 승리는 유독 특별했다.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성골 유스’ 고영준이었다. 고영준은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22분, 단독 드리블 돌파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후 고영준은 “50주년이라는 중요한 경기에 비도 많이 오는데 팬분들이 많이 오셨다. 중요한 경기에 결과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쁜 날”이라며 웃었다.
고영준은 득점 후 4분 뒤 부상으로 카트에 실려 나갔다. 그는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다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종아리에 찌릿한 느낌이 들어서 안 좋다 싶었다. 그래서 나오게 됐다. 그렇게 심각한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이날 득점은 고영준에게 유독 특별했다. 포항 레전드들이 모인 자리에서 결승 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포항은 전북전을 창단 50주년 기념 매치로 지정하고, 구단 전설들을 초대했다. 창단 40주년 당시 구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13명 중 이회택, 이흥실, 공문배, 박태하, 황선홍 등 5명의 레전드가 참석했고, 창단 50주년을 맞아 구단 명예의 전당에 추가 헌액된 김광석, 황진성, 신화용, 황지수도 스틸야드를 찾았다. (왼쪽부터) 포항 레전드 김광석, 신화용, 황진성, 황지수.(사진=프로축구연맹) 고영준이 전북전 결승 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사진=프로축구연맹)
포철동초-포철중-포철고를 거친 ‘성골 유스’ 고영준에게는 의미가 클만했다. 그는 “40주년 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그때도 포항 성적이 좋았다. 그때는 우승 같은 걸 모르고 재밌다고 느꼈는데, 프로에 와서 50주년 경기에서 내가 골을 넣고 승리한 것에 개인적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나이를 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기자회견장에서 가장 어린 2001년생인 고영준이 ‘나이를 먹었다’고 말하자, 취재진과 관계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고영준도 포항 레전드를 꿈꾼다. 그는 “팀에 레전드로 남는 건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다. 아직 먼 미래라 그걸 생각하기보다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그렇게 되는 날이 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황선홍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구단 레전드로 경기장을 찾았다. 황 감독은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멤버 중 하나로 고영준을 고려하고 있다. 고영준은 “오신다고 알고 있었는데, 크게 의식은 안 하려고 했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하자고 하고 나갔다. 오시니까 잘해야지라는 생각 없이 하던 대로 하자고 해서 잘된 것 같다”고 밝혔다. 황선홍 U-23 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 황지수가 전북전을 관전했다.(사진=프로축구연맹) 2020년 프로에 데뷔한 고영준의 커리어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6골을 넣은 그는 이미 지난 시즌 득점 기록(37경기)과 타이를 이뤘다. 고영준은 “시즌 시작하면서 작년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컸다. 감독님도 올해 더 믿어주시고 자신감을 심어 주셔서 나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경기력에 상관없이 좋은 마음으로 임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특히 올 시즌 골 결정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고영준은 “훈련 때도 슈팅을 하면 잘 못 넣어서 감독님이 슈팅 하나, 하나 피드백을 해주신다. 저번에 경기 끝나고도 못 넣어도 괜찮다고 좋은 말씀만 해줄 수 있는데, ‘네가 이겨내야 한다’고 하셨다. 크게 와닿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