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은 지난해 말 4년 총 80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롯데행을 결정했다. 2011년 입단한 정든 LG 트윈스를 12년 만에 떠났다. 유강남도, LG 선수들도 모두 작별을 아쉬워했다.
유강남은 5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과 맞붙었다. 경기 전 옛 동료 및 코치진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LG 주장 오지환은 이날 유강남을 만나 앞서 예고한 선전포고를 재확인했다. 오지환은 스프링캠프에서 "(유)강남이랑 사석에서는 친한 형동생 사이다. 그러나 이제 적이다. (유강남을 상대로) 2루 도루에 성공하면 바로 홈을 향해서 세리머니 할 거"라고 말했다.
유강남은 "오늘(30일)도 만나자마자 (오)지환이 형이 그 이야기부터 하더라"고 웃으며 "내가 도루를 허용하면 (지환 형이) 그냥 밥 한 번 사면 된다"고 의연하게 넘겼다.
입단 동기이자 친구인 임찬규는 올해 승승장구하는 비결로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포수 박동원을 높이 평가했다. 임찬규와 유강남의 친분을 고려하면 짓궂은 장난이었다. 유강남은 "(임)찬규가 '포수가 바뀌어서 잘한다'고 농담했더라. 그래도 친구가 잘 돼서 정말 좋다"고 했다.
임찬규가 한 동안 고생하고, 지난해엔 FA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모습까지 지켜본 친구로선 떨어져 있어도 늘 응원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유강남은 "(임)찬규가 올해 중요한 시즌이나 끝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낸 친구가 정말 멋지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안방마님' 유강남에게 LG는 무서운 팀이다. 팀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득점권 타율 공격 주요 부문에 걸쳐 1위를 싹쓸이하고 있다. '12년 동안 LG에 몸 담았으니 분석이 잘 되지 않았나'라는 말에 유강남은 "같은 팀에 있으면 또 잘 모른다. 나도 준비하면서 새롭게 많이 알았다.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LG 타선은 짜임새가 뛰어나고, 1~9번까지 모두 좋다. (약점을) 찾아내기 힘들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날 5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한 유강남은 LG 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곧바로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주루사를 당한 데 이어 4회 날린 큼지막한 타구가 LG 중견수 홍창기의 호수비에 걸려 동점 희생플라이에 그쳤다. 포수로서는 3실점으로 LG의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잘 봉쇄했지만, 도루를 4차례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다.
유강남은 롯데 이적 후 팀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롯데는 유강남의 영입으로 안방 전력을 강화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4.45에서 올해 4.00으로 낮아졌고, 유강남은 뛰어난 블로킹과 프레이밍 등으로 투수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
롯데와 LG는 올 시즌 맞대결에서 매 경기 접전을 펼치며 치열하게 다툰다. 현재는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뜨거운 승부와 다양한 스토리의 중심에 유강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