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사이렌: 불의 섬’에서 최종 우승자가 된 순간 운동선수팀은 환호했다. 만감이 교차한 표정이 팀원들 얼굴에 드러났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이들에게 새로운 미션 봉투가 전달됐다. 여기에 쓰인 건 단 두 글자였다. ‘출발’.
운동선수팀의 리더를 맡은 카바디 선수 김희정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즌2에 관한 질문을 받고 머뭇거렸다. “우리 멤버 그대로라면 나가고 싶다”고 했다가 이윽고 “안 나가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라며 주저했다. 섬에 고립된 상태로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얼마나 고단했는가를 짐작하게 했다.
◇ 가장 힘들었던 갯벌 미션, 며칠 동안 기침까지
김희정이 가장 힘들었던 미션으로 꼽은 건 팀원들과 함께 팀 깃발을 짊어지고 1km 가량의 갯벌을 건넜던 것. 깃발 무게만 약 60kg. 네 명이서 이 무게를 나눠 지고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을 건너는 건 좀처럼 보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특히 운동팀의 경우 멤버의 부상도 있어 더욱 상황이 쉽지 않았다. 맏언니였던 전 유도선수 김성연이 갯벌에 자꾸 빠지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너다가 조개껍데기 같은 것에 발을 베인 것. ‘사이렌: 불의 섬’ 1~2화를 보면 김성연이 이 여파로 약간 어색하게 걷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숨이 정말 끝까지 헐떡였어요. 발이 빠지는 갯벌이라 워낙 걷기도 힘들었던 데다가 무거운 깃발까지 들고 있으니 진짜 힘들더라고요. 운동선수들은 인터벌 트레이닝이나 많이 힘든 운동을 할 때 ‘입에서 피맛이 난다’고 이야기하곤 하거든요. 그 정도의 기분을 느꼈어요. 숨이 제대로 안 쉬어졌고, 몸이 그때를 기억하는지 그 미션 이후에도 며칠 동안은 계속 기침이 올라와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김희정은 그럼에도 다시 해보고 싶은 과제로 갯벌 미션을 꼽았다. 김희정은 ‘사이렌: 불의 섬’ 참가자 24명 가운데 갯벌을 건너 깃발이 있는 곳까지 가장 빠르게 도달했다. 그는 “또 그렇게 뛰라고 하면 못 뛸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갯벌에서 내가 1등을 했으니까 다시 뛰어보고 싶기도 한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힘들었지만 잘해냈던 경험은 특별하게 남는 법이다. 처음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운동선수팀이 무조건 1등한다”며 자신만만해했지만, 막상 시작된 ‘사이렌: 불의 섬’의 미션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서로 기지를 뺏고 뺏기며 경쟁해야 했던 다른 팀 역시 강하긴 마찬가지였다.
김희정은 처음부터 가장 견제됐던 팀으로 군인팀과 소방팀을 꼽으며 “느껴지는 포스가 남달랐다. 군인팀은 특히 무척 조직적으로 보였다. 경계가 됐다”고 말했다.
“카바디 경기에 나갈 땐 제가 뭘 하러 나가는지를 스스로 확실하게 알잖아요. 뭘 하면 된다는 것을. 그런데 ‘사이렌: 불의 섬’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어떤 지령이 떨어질지를 모르니까 정말 긴장을 많이 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 “종목 달라도 마음은 하나, 우승하고 수고했다고 격려”
운동선수팀의 특이점은 이들이 각각 선수로 활동해온 종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운동선수’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서로 필드에서 마주칠 일은 없었던 것. 능력도 기술도 서로 다른 네 명의 멤버가 한 팀으로 화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김희정은 “각자 다른 종목이긴 하지만 운동선수라는 본질은 같았다고 본다”며 “나는 ‘사이렌: 불의 섬’을 팀 운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참가했다. 우리끼리 모였을 때 내게는 그 네 명이 그냥 우리 팀이었다”고 힘줘 말했다.
“제가 하고 있는 카바디라는 운동은 단체 격투 종목이에요. 쉽게 말해 공 없는 럭비 같은 거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카바디도 그렇고 운동 종목들은 대부분 순간적인 판단을 잘 내려야 하거든요. 저희 팀은 다들 그런 좋은 순간 판단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같이 똘똘 뭉쳐서 주어진 미션들을 해나갈 수 있었어요.”
그렇게 똘똘 뭉친 운동선수팀은 ‘사이렌: 불의 섬’에서 최종 1위를 거머쥐었다. 함께 참가했던 다른 팀들의 깃발이 모두 내려간 뒤 불의 섬의 아레나에선 오직 운동선수팀의 깃발만이 나부꼈다. “우승이 확정된 후 팀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김희정은 “너무 고생했다고 서로를 위로했다”며 “좋은 그림을 많이 만들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 “비인기 종목 카바디 ‘사이렌: 불의 섬’ 통해 주목 받았으면”
김희정이 선수로 뛰고 있는 카바디라는 종목은 국내에선 생소하다. 우리나라에 태권도가 있다면 인도에는 카바디가 있다. 피구 코트 같은 경기장 안에서 공수를 나눠 경기를 펼친다.
김희정이 처음부터 카바디를 선택해 운동선수가 된 건 아니었다. 어릴 때는 육상과 배구를 했고, 체대에 진학한 후에 친구의 권유로 카바디를 시작하게 됐다. 김희정은 “친구가 대회에 나가 보자고 했다”면서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면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사실 대부분 비인기 종목을 그런 식으로 시작한다”며 웃었다.
첫 경기에서 얻은 성적은 두 팀 가운데 2등. 김희정은 “진짜 뭣도 모르고 나간 경기였는데, 그 경기에서 우리가 1등을 하리란 희망을 봤다”며 “뭔가 내가 이 종목에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재미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운동선수팀에서 함께 활약한 김성연이야 워낙 국민적으로 얼굴이 알려져 있고, 종목 역시 메달을 많이 획득하는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기대를 받지만, 그 외 다른 종목 선수들은 비교적 생소했던 게 사실이다. 김희정의 카바디뿐 아니라 김은별의 여자 씨름, 김민선의 클라이밍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거나 인기가 적은 스포츠 종목이다.
김희정은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 ‘이렇게 멋있는 여성들이 우리나라에 많구나. 이런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면서 “‘사이렌: 불의 섬’을 통해 비인기 종목들도 조금 더 주목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종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야 저변도 확대되고 지원도 늘어난다”며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저도 선수촌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카바디 선수들이 선수촌에 들어가서 훈련을 하게 되면 종목 보급이 어려운 실정이에요. 강습회도 저희들이 직접 나가야 하거든요. 저도 올 9월 개막하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