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양의지의 도루저지율은 놀라운 수준이다. 29일 기준 도루를 시도한 21명의 주자 중 13명을 잡아내 도루저지율이 0.619에 이른다. 이 부문 2위 최재훈(한화 이글스·0.364)에 크게 앞선 '압도적' 1위이다. 프로야구 주전 포수 중 도루저지율이 가장 낮은 장성우(KT 위즈·0.105)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6할의 도루저지율은 '역대급'이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팀 경기의 절반 이상을 포수로 출전한 포수 중 단일시즌 도루저지율이 가장 높았던 건 1983년 김경문(당시 OB 베어스)이다. 김경문은 그해 56번의 도루 시도 중 34개를 잡아내 도루저지율 0.607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6할대 도루저지율로 시즌을 마친 건 김경문이 유일. 역대 2위는 1984년 조범현(당시 OB)으로 0.566(47/83)이다. 전반기를 마치기 전이지만 양의지의 기록은 역대 1위에 해당한다. 40년 만에 6할대 도루저지율에 진입했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양의지는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의 포수다. 2019년 타율 0.354로 1984년 이만수(당시 삼성 라이온즈) 이후 35년 만에 '포수 타격왕'에 올랐다. 2020년과 2021년에는 2년 연속 110타점을 넘길 정도로 가공할 만한 화력을 자랑한다. 빼어난 타격 탓에 수비 조명을 덜 받지만, 투수 리드만큼 도루저지 능력도 탁월하다. 지난해 도루저지율이 0.422로 리그 전체 1위(2위 박동원 0.361). 그런데 올 시즌에는 수치가 더 향상했다.
도루는 2초 안팎의 짧은 시간에 아웃과 세이프가 결정된다. 포수 능력만큼 투수의 역할도 중요하다. 흔히 퀵 모션이라고 부르는 슬라이드 스텝(slide step)이 빨라야 한다. 투구 동작이 크고 느리면 주자가 빈틈을 파고들 가능성이 커진다. 세리자와 유지 두산 배터리 코치는 "도루 저지는 포수 개인의 역량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양의지는 개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 세리자와 코치는 "송구 스피드도 나쁘지 않지만 (미트에서) 공을 잡고 빼는 속도, 이른바 '팝 타임(pop time)'이 굉장히 빠른 선수"라고 양의지를 평가했다. 팝 타임은 포수가 투구를 받은 순간부터 주자를 잡으려는 야수에게 공이 향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에서 2루 송구 팝 타임이 가장 빠른 포수는 J.T 리얼무토(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평균 1.82초. 2초 정도면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데 양의지의 팝 타임은 국내 안방마님 중 최정상급으로 분류된다.
김종민 NC 다이노스 배터리 코치는 "양의지는 (미트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 빠르다. 그렇게 하면 자칫 송구에 힘이 잘 실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양의지는 그렇지 않다. (던지는) 요령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가 주자에게 폼을 뺏기면 (포수가) 송구 동작을 더 빨리해야 한다. 이 경우 자칫 밸런스가 깨질 수 있는데 양의지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정확성과 송구의 힘을 유지한다. 양의지의 송구는 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끝까지 (공의 힘이) 죽지 않는다. 투수로 말하면 공 끝이 좋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LG 트윈스는 적극적인 주루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첫 73경기에서 도루를 무려 127회나 시도했다. 팀 도루 성공(76회)과 실패(51회) 모두 1위에 오를 정도로 자주 뛴다. 하지만 두산만 만나면 도루 시도(총 6회)를 자제한다. 그 배경엔 양의지가 있다. 세리자와 코치는 "양의지라는 좋은 포수와 투수의 디테일이 더해져 도루저지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