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들이 연대로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처럼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SK그룹 바이오 기업 중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최근 미국 바이오 기업 프로테오반트 사이언스를 인수해 미국에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연구 거점을 마련했다. 또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SK그룹 바이오 기업과 관계사 간 연대를 통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세노바메이트로 수익을 내서 또 다른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그림이다.
SK바이오팜은 내년에 뇌전증 치료제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 2029년에 연간 매출 10억 달러(1조2700억원), 영업이익 6억 달러(7600억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세노바메이트는 SK그룹 바이오 계열사들이 힘을 합쳐 생산하고 있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SK팜테코가 생산하고,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현지 직판을 담당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내 직접 판매로 매출총이익률이 90% 중반에 달하는 높은 수익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SK바이오팜이 차세대 먹거리라고 밝힌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와 세포 유전자 치료제(CGT) 개발도 SK그룹사와 연대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RPT의 경우 SK가 투자한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와의 협력으로 빠르게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아시아 시장을 선점한다는 포석이다.
RPT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표적물질에 결합해 미량을 체내에 투여해 치료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꼽힌다. SK바이오팜은 다른 제약사들이 쉽게 확보할 수 없는 방사성 원료를 테라파워로부터 확보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 기술이 성숙하려면 5~7년 먼저 움직여야 한다”며 “향후 아시아에서 가장 큰 방사성의약품 플레이어가 될 거란 확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CGT는 살아있는 세포나 유전 물질을 환자에게 전달해 유전적 결함이나 질병을 치료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치료법이다. 이 치료제 개발을 위해 SK팜테코가 인수한 프랑스 CGT CDMO 기업 이포스케시와 미국 CBM이 연계해 시너지를 낼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이처럼 SK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기회와 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30년 이후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SK바이오팜에는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씨가 전략투자팀장을 맡는 등 미래 비전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바이오 관련 분야에 5년간 최소 6조원을 투자한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 구심점이 되고 있는 SK바이오팜은 2026년까지 150억 달러(19조원) 가치를 가진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