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맞대결에서 0-10 완패했다.
어느 것 하나 LG보다 나은 것이 없는 경기였다. 선발도, 불펜도, 타선도 모두 무너졌고 LG와 힘 싸움에서 완벽하게 패했다. 11연승을 거둔 기세는 찾아볼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단순 힘 싸움에서 지는 것만으로는 3연패를 당하기 어렵다. 가장 치명적인 건 실책이었다. 두산은 이날 3회 초 양의지의 3루 송구 실책이 빌미가 됐다. 1사 만루 상황에서 박해민의 2타점 적시타가 나왔는데, 타구를 잡은 좌익수 김태근이 포수 양의지에게 송구했다. 그리고 그 송구를 양의지가 주자를 견제하겠다는 이유로 3루로 던졌고, 송구가 3루수 위로 높이 떴다. 두산은 결국 주지 않아도 될 두 점을 추가로 헌납했다. 경기의 향방이 모두 결정된 장면이었다.
첫 단추부터 문제였다. 기록 상 실책은 아니었으나 완벽히 수비 책임인 장면이 나왔다. 1회 1사 후 볼넷으로 나간 문성주가 2루 도루를 시도할 때 양의지의 2루 도루 저지가 완벽하게 들어갔다. 그러나 유격수 박계범이 이를 포구하지 못했고, 이는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첫 단추부터 꼬인 선발 투수 브랜든 와델은 이전과 다르게 사구 2개를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더니 결국 전례 없는 8실점(7자책점) 경기를 했다.
실책은 이날만 나온 게 아니다. 앞서 28일, 29일 경기에서도 실책이 기록됐다. 28일은 호세 로하스가 실책을 범했다. 우익수로 나섰던 로하스는 이날 2회 초 신민재가 우익수 방면 안타를 쳤을 때 포구 실책을 범했고, 주자를 3루로 보냈다.
이어 29일에는 외야수 김태근과 내야수 김재호가 나란히 실책을 터뜨렸다. 5회 초 좌익수 김태근의 홈 송구 실책은 추가 2실점의 빌미가 됐고, 9회 유격수 김재호의 송구 실책은 추가 1실점의 이유가 됐다. 이날 두산과 LG의 점수 차는 딱 한 점. 수비가 만든 패배였다.
이승엽 감독은 30일 경기 전 "LG가 외부 평가가 그렇듯 전력이 좋아 우리도 LG전에서 조금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려다 그런 실수가 더 나오는 것 같다. 선수들이 조금 더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확실히 디테일한 부분, 수비 백업이나 콜 플레이 같은 것들이 아직은 부족하다. 우리 스스로도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메워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지만, 결과는 실책과 패배의 반복이었다. 신인은 물론 외국인 선수에 베테랑까지 LG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0일 패배로 두산의 시즌 LG전 전적은 2승 8패까지 떨어졌다. 승률 2할.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야 간신히 5할을 맞출 수 있고,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과거 LG에 '곰 포비아'를 앓게 했던 두산이 반대로 '쌍둥이 포비아'를 앓게 된 꼴이다. 벗어나려면, 수비부터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