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리더 공백으로 몸살을 앓았던 KT가 새로운 수장을 맞으며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정통 LG맨'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는데, 시작부터 산적한 과제를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KT는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이달 말 제2차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는 후보로 확정했다.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다년간의 ICT 기업 CEO(최고경영자)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DX(디지털 전환) 역량과 본질에 기반한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또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 체계 정착 및 기업 문화 개선 의지가 뛰어나 KT 미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후보는 경쟁사인 LG유플러스에서 '재무통'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라 다소 충격적이다.
1984년 LG상사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LG 회장실과 구조조정본부, LG상사 미국법인 등을 거쳐 LG CNS에서 10년가량 몸담은 뒤 2014년 LG유플러스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다.
이후 LG CNS로 돌아와 대표를 역임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3인 중 'KT맨'으로 분류되는 박윤영 전 KT 사장까지 제쳤다.
기업 경영·산업 전문성은 인정할 만하지만 KT 입장에서는 업계 3위 출신 인물에게 수장 자리를 넘기는 모습이 일부 굴욕적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KT의 경영에 개입하며 CEO 공백 사태를 초래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이번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김영섭 후보가 무리 없이 대표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섭 후보가 당장 직면하게 될 과제 중 하나는 바닥을 찍은 주가 부양이다. 국민연금이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작년 말 이후 10% 가까이 떨어졌다.
경영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달 주가가 꿈틀거리고 있지만, 6년 만에 시가총액 10조원대로 복귀했던 작년 8월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갈 길이 멀다.
증권가는 새로운 CEO가 당장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대신 차분히 숨부터 고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일부 투자가들은 8월 말 KT 경영진의 메시지를 학수고대하는데, 과도한 기대는 피할 것을 권한다"며 "신 경영진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2024년 하반기 이후부터 2025년 실적"이라고 했다.
이에 김영섭 후보는 자신이 '낙하산' 인사가 아님을 증명하면서 주인 없는 회사인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 작업에 먼저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설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수차례 지배구조 건전성을 이유 삼아 대표 선임 절차마다 딴죽을 걸었던 국민연금이 유독 조용한 것도 의심을 사고 있다.
다른 이통사 대비 지지부진한 실적도 신경 써야 한다.
KT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2.4% 급감하며 이통 3사 중 표정이 가장 어두웠다. 몇몇 계열사가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커머스 등 시장 위축의 영향을 받았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도 집행했다.
그나마 2분기에는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서비스 매출 증가가 아닌 비용 효율화에 따른 결과가 반영되는 것이라 2023년 연간 영업이익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김홍식 연구원은 "2024년 이후 KT뿐만 아니라 이통 3사 전반적으로 이익 정체·감소 우려가 커질 수 있고, 주가는 이를 선반영해 올해 10월부터 부진한 흐름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