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동안 저를 자르지 않고 기다려주신 의리가 있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의리를 지키겠습니다!”
지난달 KBS 본관에서 열린 KBS1 교양 프로그램 ‘이웃집 찰스’의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가 한 말이다.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는 2019년 10월 생리불순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소 나이 48세라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아이를 낳고 싶었던 사유리는 고심 끝에 자발적 비혼모가 되기로 결심,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 보관돼 있던 이름 모를 남성의 정자를 기증 받았다. 그리하여 품에 안은 아이가 바로 아들 ‘젠’. 젠은 ‘전부’라는 뜻으로, 사유리가 자신의 모든 걸 줄 수 있다는 뜻이 담겨있다. 2020년 11월 일본에서 젠을 출산한 사유리는 ‘자발적 비혼모’라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사유리는 출산일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임신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다. 한국에선 결혼 후 자녀를 출산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자신의 선택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유리가 고정 출연 중이던 ‘이웃집 찰스’ 제작진과 출연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신 사실을 비밀로 한 채 촬영에 임한 사유리는 일부터 배가 돋보이지 않는 큰 의상을 입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누군가 신체적 변화에 대해 물어보면 사유리는 “코로나19 때문에 살이 많이 쪘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출산이 임박했을 때 ‘이웃집 찰스’의 관계자 모두 사유리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면서 사유리의 출산까지 함께 기다려줬다. 사유리가 일본에서 젠을 낳고 돌아올 때까지 2개월 동안 사유리의 빈자리를 남겨둔 채 자연스럽게 사유리의 복귀를 도왔다. 사유리는 “‘이웃집 찰스’는 출산할 때까지 나를 자르지 않았다. 이제 제가 아이도 있으니 진짜 자르지 말아달라”며 유쾌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웃집 찰스’는 취업, 학업,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리얼 적응 스토리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 시작해 8년째 이어오고 있는 방송으로, 오는 22일 400회를 맞이한다.
사유리는 ‘이웃집 찰스’ 초창기부터 함께한 MC이자 ‘이웃집 찰스’의 취지에 딱 맞는 ‘찰스’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한국에 정착하려 고군분투하는 외국인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웃집 찰스’ 팀인 만큼, 사유리에게도 따뜻한 배려를 해준 것이다.
‘이웃집 찰스’ 제작진은 “사유리는 한국에 오래 거주한 ‘찐찰스'로서 누구보다 프로그램과 출연자에 애정을 가지고 있고 늘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어 감사했다”며 “녹화 때마다 가장 먼저 와서 제작진과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나누고, 가끔 젠을 데려오기도 하는 등 일터를 사랑해줘서 우리도 늘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출연자라서, 중대사를 앞두고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