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에 대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강인에게 험난한 9월 일정이 예고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선 최근 논란이 된 ‘재택근무 및 외유’와 이강인의 9월 차출 방안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클린스만 감독이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연 상황이라 축구 팬들의 시선이 단번에 모였다.
먼저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근무’와 관련해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 짓기에는 과장이 있다”면서 “7~8월 외국에서의 일정들은 지휘봉을 잡기 전 계획돼 있는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유럽에서 A매치를 마친 뒤, 연말에는 국내파 소집을 위해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20~30년과 다르다. 경기장 가서 만날 수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체크하고 관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표팀에 포함되기 위해선 차두리, 마이클 김 코치 눈에 띄어야 하는 거냐’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나는 K리그 외 대학 리그, 고등학교 경기도 봤다. 얼마나 많은 선수를 풀에 넣을 지, 어떤 선수가 있을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고 답하면서도 “대표팀 예비 명단에 많은 선수를 넣기 힘들다. 누가 적합한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많은 경기를 보고 관찰 중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5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시간이 70여 일에 불과하다. 특히 해외에서 여러 행사에 참석, 각종 TV쇼에 출연한 그를 두고 축구 커뮤니티에선 그를 ‘인플루언서’라 비꼬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부임 이전에 잡힌 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반기에는 그의 공언대로 한국에 거주할 시간이 늘어날 지 팬들의 시선이 모인다.
축구 팬들 사이 최대 화두인 이강인 차출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먼저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과 같이 AG 대표팀과 A대표팀에 모두 이름을 올린 선수 선발’에 대해 “문제없다”고 운을 뗀 뒤 “A매치 소집 기간과 AG 기간이 달라 문제없다. A매치를 소화한 뒤 AG에 합류해 대회를 치를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강인에 대해선 “그는 A매치에 와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AG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강인과 황선홍호가 좋은 성적 내길 희망한다. 선수들을 문제없이 AG 대표팀에 합류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즉, 이강인은 오는 9월 8일 영국에서 웨일스, 13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일정을 소화한 뒤 프랑스로 돌아왔다가 AG 대표팀에 합류하는 ‘강행군’을 소화해야 한다.
지난달 항저우 AG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의 차출 여부는 미정이지만, 상황은 긍정적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황선홍호는 가뜩이나 소집 훈련 시간이 적어 우려를 안았는데, 이강인의 차출 여부가 불투명한 악재를 맞이한 상태였다. 여기에 이상민의 음주 운전 이력이 재조명돼 결국 대표팀에서 빠지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강인의 AG 출전은 완전히 먹구름이 낀 상태는 아니다. 다만 결국 이강인은 황선홍호에서 제대로 손발을 맞춰보지 못하고 대회에 참가할 것이 유력하다. 당초 황선홍 감독은 9월 A매치 기간을 활용해 선수들을 소집하고, 중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훈련을 진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 이강인은 물론, A대표팀에도 속한 선수들은 제외된다.
‘소집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AG 대표팀에서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는 취재진의 질의에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 기간에는 이 선수들이 A대표팀 선수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합류해 경기해야 한다고 본다. 사우디와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AG에 합류해 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동시에 “황선홍 감독의 고충도 이해한다”면서도 “AG이 왜 중요한지, 군 문제, 병역 혜택에 관해 너무 새로웠다. 계속 공부하고 있고,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대회임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인이 직접 AG 합류를 열망해도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을 꺾긴 어려워 보인다. ‘만약 이강인이 A대표팀에 안 가고 AG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다면 들어줄 것인지’라는 가정에 대해서도 그는 “혹시나 연락이 오면, ‘너는 AG 대표이기도 하지만 A대표팀 선수다’라는 말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A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에너지를 받아 AG에서도 잘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이강인은 성격적으로나 캐릭터나 (적응하는데) 30분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황선홍호는 오는 9월 19일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항저우 AG 무대에 나선다. 하지만 이강인은 앞선 1주일 사이 프랑스→영국→프랑스→중국으로 향하는 험난한 비행 일정을 소화하게 될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 주장대로 이강인의 적응은 빠를 수 있으나,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황선홍호 선수들과의 호흡도 결국 본선에서 맞춰 나가야 하는 이중고다. 이강인에게 힘겨운 9월이 예고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