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욱이 지니TV 오리지널 월화드라마 ‘남남’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인데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극중 안재욱은 학창 시절 은미(전혜진)와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탈을 벌였으나, 부모님 탓에 헤어지고 30여 년 만에 은미와 딸 진희(최수영) 앞에 나타나는 진홍을 연기했다. 30여 년 전 데뷔한 후 대표 꽃미남 배우이자 원조 한류 스타로 꼽히는 안재욱은 배우 인생 처음으로 지질하면서도 안쓰러운 캐릭터를 특유의 매력과 노련함으로 쌓아 올렸다. 그는 ‘남남’ 종영일인 22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일간스포츠를 만나 “(‘남남’이)뜻깊은 작품”이라고 애정을 전했다.
‘남남’은 철부지 엄마 은미(전혜진)와 쿨한 딸 진희(최수영)의 남남 같은 한 집 살이와 그들의 썸과 사랑을 그리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지난 17일 첫 발을 내디딘 후 시청률 1.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3회만에 2%대, 6회에선 3%대로 상승하더니 9회는 자체 최고인 4.5%를 기록했다. 이는 신드롬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ENA 최고 시청률이다.
안재욱은 지난 1994년 MBC 2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3년 후 ‘별은 내 가슴에’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는데 ‘남남’을 통해 연기 변신을 또 한 번 시도하며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오랜 연기 경력을 지닌 안재욱이지만 진홍을 잘 연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실 처음엔 이민우 감독님에게 ‘진홍이는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면서 전혜진과 최수영을 잘 받쳐줄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형이 하셔야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진홍이라는 역할이 공감대를 살 수 있을까 걱정했죠. 촬영이 끝난 후에도 감독님에게 ‘이렇게 하는 게 맞아?’, ‘편집실에선 뭐래?’라고 말했더니 ‘그만 좀 물어봐’라고 하기도 했고요.”
안재욱은 연기 걱정을 했던 이유에 대해 “일단 내가 해보지 않은 캐릭터다. 진홍의 순애보적인 면모가 시청자에게 와닿아야 하는데 그의 행동이 죄책감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더 나아가 은미를 만났을 때 서로 지난 인생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담기고 미래를 함께 그리고 싶은 건지 그 경계가 애매했다”고 고민을 밝혔다.
“진홍이 지질하게만 끝나면 안 된다 생각했어요. ‘진홍이라는 인생은 그럴 수 있다’고 시청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여겼죠. 당당하고 밝은 은미를 다시 만났는데 그동안 나도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진홍은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제대로 살아본 적 없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은미를 놓치려 하지 않는 인물이죠. 진홍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저돌적으로 은미에게 직진하는 거예요. 이게 진홍의 매력이죠.”
극중 진홍은 은미와 진희와 비교해 적은 분량이지만 모녀 관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인물이다. 안재욱은 이들을 연기한 전혜진과 최수영의 연기를 탄탄히 받쳐준다. 안재욱은 “사실 나는 언제나 다른 배우들을 받쳐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래서 나보다 더 뜬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남남’에 출연한 또 다른 이유를 작품성으로 꼽았다.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배우에겐 좋은 작품이고 캐릭터이면 당연히 해야죠. ‘남남’은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뭔가 답을 내리지 않는 내용이에요. 진홍이도 그냥 내일이 아니라, 기회처럼 주어진 오늘을 놓치지 않고 순간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남남’은 그런 과정들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준 게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은 이유이지 않나 싶어요. ‘남남’의 결말도 ‘남남답게 끝났다’고 느끼실 거예요. 산뜻하고 밝은 선물처럼 남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