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9월 A매치 평가전에 나설 국가대표팀 명단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기자회견 없이 보도자료로만 배포하기로 했다. 그동안 대표팀 명단발표와 동시에 들을 수 있었던 선수 선발 배경 등과 관련된 감독의 설명을 곧바로 듣지 못하게 된 셈이다.
KFA는 “9월 원정 친선경기 소집선수 명단발표는 28일 오후 1시경 보도자료로 배포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A대표팀의 명단이 발표될 땐 감독이 직접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기자회견 절차를 생략하겠다는 것이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클린스만 감독과 KFA는 아시안컵 등 대회에 출전하는 엔트리 발표가 아닌 한 계속 보도자료로만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아이디어를 냈고, KFA가 이를 받아들여 최종 결정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KFA 관계자는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고 선수들이 소집되는 기간 사이에는 소속팀 경기들이 있다. 부상 등을 이유로 선수가 바뀔 수도 있는 변수가 있는 셈이다. ‘선수에 대한 이야기나 전술 등과 관련된 이야기는 소집이 이뤄진 뒤 훈련장 등에서 하면 된다. 굳이 기자회견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KFA도 클린스만 감독의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여 기자회견 생략을 결정했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가뜩이나 재택·외유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시기라는 점이다. 취임 기자회견 때만 하더라도 국내 거주를 약속했던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정작 부임 후 절반도 안 되는 기간만 국내에 머물렀을 뿐 대부분 미국·유럽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현재도 미국 자택에 머무르며 ESPN 등과 유럽축구와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이런 논란이 있는 가운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은 생략한 셈이다.
더구나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에서 곧장 유럽으로 향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추첨식 등 UEFA 관련 행사와 유럽파 점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대신 곧바로 유럽으로 향해 UEFA 관련 일정 등을 소화하는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동안 기자회견에서 이뤄졌던 대표팀 선발·제외 배경이나 대표팀 운영 계획 등에 대한 감독의 설명은 명단발표 일주일 뒤 훈련장 인터뷰에서나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9월 A매치는 하필이면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이 유럽 현지에서 소집된다. 현지를 동행 취재하는 국내 언론사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에 공개되는 명단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직접적인 설명은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자 ‘불통’ 논란 역시 불가피하다.
클린스만호는 내달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시티에서 웨일스와 평가전을 치른 뒤, 13일 오전 1시 30분엔 잉글랜드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격돌한다. 출범 4경기 무승(2무 2패)에 그치고 있는 클린스만호의 첫 유럽 평가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