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이어지는 추석 황금연휴에도 재계 총수들은 해외 출장 일정과 내년 전략 구상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전망이다. 특히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추석 연휴에 해외 사업장 방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마침 추석 황금연휴에 내달 13일 이전까지 재판 일정도 없어 모처럼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그동안 설, 추석 등 연휴 기간에 해외 현지 사업을 점검하거나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미팅을 해왔다. 지난해 추석의 경우 멕시코의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 등을 방문했다. 이어 파나마에서 중남미 지역 법인장 회의를 여는 등 보름간 일정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이번에도 추석 연휴를 포함해 보름 이상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의 글로벌 현장 행보가 주목을 모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 임직원들의 경우 한국과는 달리 명절임에도 가족과 떨어져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이재용 회장이 현장을 방문해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직원들 격려하는 행보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지 공장 등을 방문해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등 현장의 감을 익히려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계 총수들은 해외 출장 중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추석 연휴 중 일부 기간에 해외 출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투표권 보유국을 추가로 돌며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막판까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10월 파리에서 열릴 예정인 'CEO 세미나' 준비를 비롯해 경영 현안을 점검하면서 짧은 휴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미국 등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연휴에는 별다른 국외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국내에 머물면서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 등 전기차의 하반기 해외 시장 출시 등 그룹 주요 현안과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계획 등을 검토하며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주요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하는 'LG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워크숍에서는 구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ABC) 분야 등 미래 포트폴리오의 방향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사장단협의회에서는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추석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하면서 경영 구상에도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10월부터 한 달간 계열사별 사업보고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사업보고회를 통해 계열사들의 경영 실적을 점검하고 내년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예전에도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경우 명절에는 한국과 일본의 사업장을 둘러보는 등 현장 경영에 집중해왔다.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신 회장은 지난 22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 기념식 참석차 찾은 베트남에서도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와 함께 현지 정·재계 관계자들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