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이 5년 전 '노메달' 참사를 딛고 명예회복을 해냈다. 이제 시선은 파리로 향한다.
한국 배드민턴은 8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메달 7개를 획득했다. 단체전에서 여자 대표팀이 29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고,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던 남자 대표팀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에서도 '에이스' 안세영이 여자단식에서 무릎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금메달을 땄고, 남자복식 최솔규-김원호 조와 여자복식 이소희-백하나 조가 각각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혼합복식 서승재-채유정 조와 여자복식 김소영-공희용 '킴콩 듀오'는 준결승전에서 패하며 동메달을 땄다.
최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호성적을 고려하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더 따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남녀 복식 모두 기존 간판 조가 아닌 다른 조가 더 좋은 성적을 낸 점은 고무적이다.
남자복식은 원래 이 종목 랭킹 4위 서승재-강민혁 조가 더 높은 기대를 받았다. 두 선수는 지난 8월 열린 호주오픈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AG를 앞두고 쾌조의 성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와의 16강전에서 한 차례 패했고, 개인전에선 전적 3승 무패로 앞서고 있었던 세계 8위 류위천-어우쉬안이(중국)에게 게임 스코어 1-2로 패하고 말았다.
반면 랭킹 15위 최솔규-김원호 조는 16강전에선 랭킹 2위 량웨이컹-왕창(랭킹 2위·중국) 조를 이기는 이변을 연출하며 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이라지-찬드라셰카르(랭킹 3위·인도) 조에 패하며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2014 부산 AG 유연성-이용대 조 이후 9년 만에 이 종목 결승에 오르는 성과를 남겼다.
여자복식도 이소희-백하나 조 특유의 상성이 빛났다. 두 선수는 이 종목 랭킹 2위에 올라 있지만, AG 전 치른 4개 대회 중 세 차례나 준결승전에 오르지 못해 기대치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전영오픈 결승에서 다른 한국 대표 '킴콩 듀오'에 밀렸고, 세계선수권에서도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소희는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다. 백하나는 파워가 강점인 선수다. 이번 AG 단체전 결승전 2매치(복식 1경기)에선 랭킹 1위 천칭천-자이판 조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개인전에서도 결승까지 파죽지세를 달렸다. 비록 최종 무대에서 다시 만난 랭킹 1위 조(천칭천-자이판)에 패했지만, 여자복식 조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 배드민턴 레전드 라경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조) 쿼터가 정해져 있는 만큼 대표팀 내부 경쟁은 정말 치열하다. 현재 한국 배드민턴은 이런 경쟁 시너지가 발휘되며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학균 대표팀 총감독은 올해 모든 대회를 내년 열리는 파리올림픽을 향한 준비 과정으로 삼고 있다. 안세영은 여자단식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났고, 남녀 복식 조도 내부 경쟁 효과를 발휘하며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