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에 가세한 두 외국인 선수가 코트 밖 케미(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였다.
올 시즌 V리그 최대 화두는 아시아쿼터 도입으로 합류한 선수들의 활약이다. 아시아 무대 또는 국가대표팀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선수들이 합류, 각 팀은 취약 포지션을 보강할 수 있었다.
15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1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아시아쿼터 선수 2명이 주목 받았다. 현대건설은 태국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 시통, 페퍼저축은행은 미들블로커(센터) M.J 필립스를 내세웠다.
위파위는 1세트 4-3에서 V리그 데뷔 처음으로 시도한 오픈 공격이 가로 막혔다. 하지만 8-5에서 연타 공격으로 득점했고, 2세트도 15-23에서 강타와 연타 공격을 연달아 해내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위파위의 키는 1m74㎝로 공격수 평균보다 작지만, 점프력이 좋고 체공 시간이 길어서 힘 있는 오픈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페퍼저축은행전에선 5득점·공격성공률 26.32%를 기록했다. 리시브 효율은 19.35%.
기록은 좋은 편으로 보기 어려웠지만,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현대건설은 주축 공격수 중 한 명인 정지윤은 국가대표팀 훈련을 소화하다가 오른쪽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해 재활 치료 중이고, 고예림도 좌우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위파이가 이들의 빈자리를 메워 주고 있다.
경기 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팀에 합류해 훈련을 소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오늘(15일 페퍼저축은행전)은 주로 리시브를 하는 자리에 있어서 공격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라면서도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이기 때문에 V리그 선수들의 구질을 알게 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위파위도 경기 뒤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지만, 실수가 많았다"라고 V리그 데뷔전을 총평했다. 이어 위파이는 "(V리그 선수들) 서브가 상대적으로 길게 들어오는 편이다. (이전에 뛰던 리그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노력이 더 필요하다"라고 했다.
위파위는 행운아다. GS칼텍스 소속으로 V리그에서 2시즌을 경험한 모마가 올 시즌을 앞두고 현대건설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경기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모마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위파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한국 생활에 관한 물음에 위파이가 "날씨가 (태국보다) 조금 추운 것 같다"라고 답하자 "옷을 잘 입어야 한다"라고 조언하며 웃음을 안겼다. 이어 "우리 팀(현대건설)은 좋은 팀이고, 한국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을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바람도 전했다.
태국 배구는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위파이는 태국 배구협회의 지원 정도를 묻는 말엔 "대회에서 잘 하면 상금을 주기도 한다"라고 했다. 이 말은 들은 모마가 "나에게도 나눠달라"라고 농담을 던졌고, 이 말을 들은 위파위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언어가 달라도, 타지 생활을 하는 외국인이라는 공통점은 두 선수가 멘털적으로 서로를 의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위파이가 V리그에 연착륙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