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열린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7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입을 모아 아시아쿼터 도입으로 가세한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 시즌(2023~24)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 그랬다. 1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홈팀 정관장과 IBK기업은행(기업은행)의 1라운드 경기가 대표적이다.
경기 전부터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된 폰푼 게드파르드(등록명 폰푼)가 관심을 모았다. 태국 국가대표팀 주전 세터인 그는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수 차례 괴롭힌 선수다. 폰푼이 가세한 기업은행의 공격력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폰푼은 1세트 중반 투입됐다. 서브 리시브가 흔들린 상황에서 네트 앞으로 정확하게 보내는 토스가 돋보였고, 미들블로커(센터)를 활용한 중앙 속공도 자주 시도했다.
이 경기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정관장에 지명된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였다. 그는 이 경기에서 양팀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21)을 기록하며 정관장의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이끌었다. 공격 성공률(47.37%)도 좋았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인 그는 지난 6월 열린 아시아배구연맹 챌린저컵에서 맹활약하며 인도네시아의 준우승을 견인한 선수다. V리그 데뷔전에서도 호쾌한 스파이크를 보여줬다. 이슬람교 신자인 그는 히잡(이슬람교 여성들이 머리와 목을 가리기 위해 쓰는 두건)을 쓰고 코트에 나선다. 그게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시아쿼터로 입성한 선수들의 존재감은 다른 경기에서도 빛났다. 15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두 선수가 영향력을 보여줬다.
현대건설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은 공격의 시작인 서브 리시브 능력이 돋보였다. 공격수로는 키(1m74㎝)가 작은 편이지만, 점프력이 좋고 체공 시간이 길어서 강타와 연타 공격을 두루 사용하며 상대 블로커들을 흔들기도 했다. 페퍼저축은행 센터 M.J 필립스(등록명 필립스)도 투입될 때마다 세터 이고은과 속공 득점을 합작하며 경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남자부도 마찬가지다. 17일 홈(수원 실내체육관) 개막전을 치른 한국전력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2-3 역전패를 당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약점으로 평가 받던 수비력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아시아쿼터로 입단한 일본인 리베로 료헤이 이가(등록명 료헤이)가 팀에 잘 적응한 모습이다. 그는 이 경기에서 리시브 효율 68.42%를 기록했다.
경기 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가장 중요한 서브 리시브에서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KB손해보험 레프트 리우 훙민(대만)도 팀 내 3번째로 많은 9득점을 기록했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리시브와 블로킹 능력이 좋은 선수다. 첫 경기는 합격점을 줄 수 있다. 공격력까지 나아지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