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 이강인이 다시 한번 킬리안 음바페와의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이강인이 음바페의 골을 도왔다면, 이번에는 반대의 장면이 완성됐다. 이강인은 고대하던 리그 데뷔골을 터뜨렸고, PSG는 공식전 5연승을 질주했다.
PSG는 4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몽펠리에와의 2023~24시즌 리그1 11라운드에서 3-0으로 이겼다. PSG는 이날 승리로 리그 4연승이자, 공식전 5연승을 질주했다. PSG는 리그 7승(3무1패)째를 기록, 승점 24로 1위를 탈환했다.
포문을 연 건 이강인이었다. 그는 전반 10분 아치라프 하키미의 크로스를 받은 뒤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과정에서 음바페가 센스 있게 흘려 주는 장면도 일품이었다. 기세를 탄 PSG는 후반 워렌 자이르-에머리, 비티냐의 연속 골을 앞세워 3골 차 완승을 거뒀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이번에도 4-2-4 전형을 내세웠다. 음바페와 랑달 콜로 무아니가 전방에 배치됐고, 윙에 이강인과 우스만 뎀벨레가 나섰다. 중원은 마누엘 우가르테와 자이르-에머리가 맡았다. 백4는 노르디 무키엘레·밀란 슈크리니아르·마르퀴뇨스·하키미, 골문은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맡았다.
홈팬들의 열띤 응원과 시작한 경기, 2분 만에 위기를 맞은 건 PSG였다. 몽펠리에가 후방에서 길게 찔러준 공이, 경합을 거쳐 칼릴 파야드에게 향했다. 파야드는 슈크리니아르를 앞에 두고 반대쪽으로 공을 연결했다. 침투하는 테지 사바니에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무키엘레가 몸을 던져 공을 막아냈다.
한편 이강인은 완전히 윙보단 조금 안쪽에 배치됐다. 음바페가 왼쪽 위를 자유롭게 누비기 위해 공간을 배분한 모양새였다. 전반 10분 득점 상황에서 효과가 나왔다. 하키미가 깔끔하게 오른쪽 측면을 뚫은 뒤 중앙으로 크로스했다. 공은 음바페에게 향했으나, 그는 흘려주기를 택했다. 함께 침투한 이강인은 침착하게 왼발로 공을 잡은 뒤,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가 다이빙조차 하지 못하는 정확한 슈팅이었다.
득점 후 이강인은 공을 흘려준 음바페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이 득점은 이강인의 리그1 데뷔골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강인의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이강인은 지난달 26일 AC밀란(이탈리아)과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F조 3차전 교체 투입돼 3-0으로 만드는 쐐기 골이자 자신의 데뷔골을 넣었다. 바로 사흘 뒤엔 브레스트와의 원정경기에서 음바페의 골을 도우며 리그1 1호 어시스트를 올린 바 있다.
기세를 탄 PSG는 무아니, 뎀벨레를 앞세운 오른쪽 측면 공격도 시도했다. 특히 전반 26분 뎀벨레는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직후 이강인의 코너킥 공격 역시 공이 흐른 뒤 음바페의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졌지만, 골문 옆으로 향했다.
한편 7분 뒤에는 다시 한번 음바페가 박스 안 크로스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수비에 막혀 이강인에게 흘려주지 못했다. 전반 38분에는 이강인이 수비에서 빛났다. 공이 사이드라인으로 향하자, 지체없이 몸을 날려 공을 살려냈다. 상대와의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을 탈취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강인은 직후 무아니에게 크로스했으나, 공이 수비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이강인은 전반 42분 뎀벨레를 향해 깔끔한 롱패스를 건네 공격을 전개했다. 하지만 뎀벨레의 크로스 역시 수비에 막혔다.
후반전 음바페의 놀라운 질주로 포문을 연 PSG는 하키미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앞세워 추가 득점을 노렸다. 그리고 결실은 후반 13분에 나왔다. 하키미·자이르-에머리·뎀벨레가 연계 플레이와 볼 없는 움직임으로 몽펠리에의 뒷공간을 완전히 뚫었다. 자이르-에머리가 중앙으로 건넨 공을 뎀벨레가 어려운 자세에서 잡아낸 뒤 감각적인 힐패스로 돌려줬다. 자이르-에머리는 오른발로 차 넣으며 추가 득점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강인의 임무는 후반 17분까지였다. 그는 비티냐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최근 3경기 연속 출전한 그를 관리해 주는 모양새였다. 마침 PSG는 나흘 뒤 밀란과의 UCL 조별리그 F조 4차전을 앞두고 있다. F조 1위인 PSG는 첫 3경기서 2승 1패를 기록했는데, 조 최하위 밀란을 상대로 승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한편 PSG가 다시 한번 오른쪽 공격으로 몽펠리에를 뚫었다. 후반 21분 뎀벨레의 패스가 침투하는 하키미에게 향했다. 하키미는 전반전 이강인의 득점 장면처럼 중앙으로 공을 건넸다. 이번에는 그 자리에 비티냐가 있었다. 비티냐는 오른발로 다이렉트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일찌감치 리드를 잡은 PSG는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했다. 후반 26분에는 마르퀴뇨스를 빼고 루카스 에르난데스를 투입했다. 4분 뒤 음바페가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공은 골무 위로 향했다. 음바페가 좀처럼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후 자이르-에머리, 하키미도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몽펠리에는 마지막까지 만회골을 노렸지만, 역습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오히려 추가시간 2분이 지났을 때 곤살루 하무스의 헤더가 나오기도 했다. 해당 장면은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공격이 취소됐다. 몽펠리에는 추가시간이 꽉찬 5분 사바니에의 간접 프리킥이 선수들을 거쳐 골대까지 향했으나, 돈나룸마가 마지막까지 공을 막아내며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한편 경기 뒤 이강인을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이강인은 작지만, 공격·중원·수비·득점을 할 수 있다. 그는 완벽한 선수다. 우리가 그와 계약했을 때, 그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다”고 기뻐했다. 동시에 “그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어 “이강인은 최선을 다하고, 공을 뺏기지 않으며 탈압박에 능하다. 득점하고, 어시스트도 한다. 그는 경기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런 갈망은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고 반겼다. 영입을 주도한 인물도 밝혀졌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스페인에서 활약할 때부터 알고 있던 선수다. (이강인 영입에는) 루이스 캄포스 단장의 역할이 컸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기 뒤 프랑스 현지 매체 르 파리지엥은 이강인에게 평점 7.5를 줬다. 이는 이날 PSG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이다. 2개의 도움을 올린 하키미는 7점이었다. 프랑스 레퀴프는 이강인에 대해 “안전한 패스만 한 것이 아님에도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를 팀에서 쉽게 빼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이강인의 개인 기록도 뛰어났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강인은 62분 동안 패스 성공률 100%(48회 시도·48회 성공)·키 패스 1회·드리블 성공 3회·지상 볼 경합 성공 6회·피파울 1회·태클 성공 2회 등을 기록했다.
눈길을 끈 건 이강인의 활동 영역이다. 리그1 사무국은 경기 뒤 이강인의 히트맵을 공개했는데, 왼쪽 전역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메짤라’ 역할을 맡은 모양새다. 음바페와 같은 라인에 있는 만큼 수비 가담할 영역도 늘어났지만, 이날 경기에선 적극적인 태클로 충분히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엔리케 감독 역시 그를 일찌감치 빼주며 체력관리에 신경 써주는 모양새다. 주전 경쟁에서 더욱 청신호가 켜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