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KS) 5차전이 열린 13일 서울 잠실구장. LG 트윈스가 우승을 확정한 뒤 그라운드 세리머니니까 한창일 때 박용택 해설위원은 1루 쪽 더그아웃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관중석으로 눈을 돌린 박 위원은 "(선수 때도) 이 정도의 느낌은 없었다. (야구장을) 한 바퀴 도는 느낌은 없었던 거 같다"며 놀랐다.
13일 잠실구장은 2만3750석이 매진이었다. 단순 매진이 아니었다. 원정(KT 위즈) 응원석인 3루까지 LG 팬들이 자리할 정도로 야구장 대부분이 트윈스 팬들로 가득했다. 2002년 데뷔해 2022년까지 LG에서 활약한 '원클럽맨' 박용택 위원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가 연신 "이야~"라는 감탄사를 내뱉은 이유다.
KS 5차전만 그랬던 게 아니다. 시리즈 내내 잠실과 수원을 오가면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역대급 예매 전쟁에 수백만 원에 이르는 암표가 등장할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KS 흥행에 한몫한 건 LG의 팬 동원력이었다. KBO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이라는 걸 이번 가을야구에서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29년 만에 KS 우승을 차지한 뒤 구광모 LG 그룹 회장은 "오래 기다려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LG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오늘의 승리는 여기 계신 모든 분과 LG를 사랑해 준 모든 분이 함께 일군 것이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시라. 2023년 챔피언은 LG 트윈스다. 무적 LG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LG는 1994년 이후 KS 우승 시계가 멈춰있었다. 마지막 KS 진출도 21년 전인 2002년이었다. 모처럼 밟은 KS 무대에 선수는 물론이고 팬들도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열정적인 응원은 KS 우승에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투수 이정용은 "감사하다. 잠실구장의 3루 쪽은 상대 팀이었는데 3루 관중석까지 노란 수건이 많았다. 더 힘을 받았던 거 같다"며 "긴장되고 그런 거 없이 힘만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