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눈을 반짝이면서 시청했던 ‘인생 만화’ 한 편쯤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세계관이지만, 만화 속 인물들과 스토리에 우리의 삶은 더 즐거워지거나 위로를 받기도 하죠. ‘더쿠미’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장르의 만화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난 좀 더 인간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야.”
2020년부터 주간 소년 선데이에서 연재되고 있는 ‘장송의 프리렌’은 ‘2021 일본 만화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만화다. 11권까지 누계 발행부수 1100만 부를 돌파했으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올해 9월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OTT플랫폼 넷플릭스에는 12화까지 공개됐다.
‘장송의 프리렌’은 엘프 마법사 프리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판타지 장르다. 평범한 판타지물이라면 프리렌의 성장기를 그리며 모험의 시작과 끝을 메인 스토리로 삼았겠지만, ‘장송의 프리렌’은 오히려 그 반대다. 프리렌이 과거 용사 힘멜, 성직자 하이터, 전사 아이젠과 함께 떠난 10년 간의 여행이 끝난 시점에서 비로소 ‘장송의 프리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청난 마법의 힘을 가진 프리렌은 힘멜 용사대의 일원으로 세계 정복을 노리던 마왕을 무찌르며 영웅이 된다. 하지만 오랜 삶(장생)을 사는 자신과 달리 인간이었던 힘멜 일행은 모두 죽거나 노쇠해지고 만다.
특히 힘멜을 떠나보내며 상실의 아픔을 처음 경험한 프리렌은 힘멜에 대해 더 알려고 하지 않았던 자신을 탓하며 ‘인간’을 탐구를 하기 위해 홀로 모험을 떠난다.
항상 고독하게만 지냈던 프리렌은 힘멜의 행적을 따라가며 지난 추억을 회상한다. 이 과정에서 하이터의 부탁으로 페른에게 마법을 가르치며 함께 여행을 떠나고, 아이젠의 제자였던 슈타르크를 각성시키며 그를 동료로 받아들인다. 타인의 감정에 무감했던 프리렌은 페른과 슈타르크와 함께 인류의 적대 종족인 마족을 없애며 함께 싸우는 것이 무엇인지, 동료들을 믿을 때 커지는 힘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이같은 프리렌의 변화는 모두 힘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0년대 이후부터 주인공이 자신의 세계와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일명 ‘이세계물’이 유행을 얻기 시작하면서, 일본 만화에는 정통 판타지물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양산형 이세계물이 쏟아졌다.
반면 ‘장송의 프리렌’은 스토리, 세계관, 인물의 성격, 연출 등 모든 부분에서 고전 판타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잔잔하고도 울림 있는 스토리에 ‘완벽한 힐링물’이라고도 불린다.
일반 판타지물과는 다른 ‘장송의 프리렌’만의 차별점은 분명하다. 일반 판타지물이 마법사가 요괴를 무찌르는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면, ‘장송의 프리렌’은 프리렌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에 재미와 감동을 느낀다. 액션이 심심하고 지루하다는 혹평에도 ‘장송의 프리렌’이 만화 팬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
힘멜 일행과 함께한 10년의 여행은 1000년을 넘게 산 프리렌의 일생에 100분의 1도 미치지 못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10년이 프리렌의 모든 걸 바꿨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과, 사람과의 인연은 끊어지더라도 추억은 반드시 남는다는 것, 그리고 이별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