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혐의로 태극 마크를 뗀 황의조(31·노리치 시티)가 리그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고, 팀 역시 역전패하며 빛이 바랬다.
노리치는 29일(한국시간) 영국 왓포드의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왓포드FC와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18라운드에서 2-3으로 졌다. 노리치는 전반 12분 만에 2골을 몰아치며 홈팀을 압박했는데, 이내 동점을 허용하며 흐름을 내줬다. 이어 후반 22분 역전 골까지 얻어맞으며 리그 9패(7승 2무)째를 기록, 리그 14위(승점 23)로 내려앉았다. 반면 왓포드는 노리치를 잡고 13위(승점 24)로 뛰어올랐다.
한편 황의조는 이날도 선발 출전, 당당히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다. 하이라이트는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12분이었다. 그는 상대의 실책으로 얻어낸 기회에서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의 골문을 노렸다. 공은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궤적으로 지나가 골망을 흔들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에 따르면 해당 장면의 기대 득점(xG) 값은 0.03에 불과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해당 득점에 대해 ‘블록버스터, 천둥 번개다’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황의조의 시즌 3호 골이자, 2경기 연속 득점이다.
황의조는 지난 26일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와의 17라운드에서 선제 결승 골을 터뜨려 팀에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당시 그는 전반 21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정확히 트래핑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뒤 다비트 와그너 노리치 감독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황의조는 우리와 함께하며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축구 선수인지 증명했다”라며 “그는 훌륭한 기술과 프로 의식을 갖고 있다. 경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황의조와 노리치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3분 뒤 부상을 입었고, 이내 그라운드를 떠났다. 정확한 부상 정도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이후 팀도 패하며 황의조의 활약은 빛이 바랬다.
한편 황의조는 바로 전날(28일)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축구회관에서 윤리위원회, 공정위원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위원장단을 비롯한 협회 주요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황의조의 문제에 관해 논의,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황의조 선수를 국가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윤남 KFA 윤리위원장은 “범죄 사실 여부에 대한 다툼이 지속되고 있고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협회가 예단하고 결론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국가대표는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기관리를 해야 하며 국가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위치에 있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선수가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점, 이에 정상적인 국가대표 활동이 어렵다는 점, 국가대표팀을 바라보는 축구 팬들의 기대 수준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황의조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최초에는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여성 A씨가 ‘황의조의 사생활을 폭로한다’면서 그가 여성들과 함께한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공유했다. 황의조 측은 곧바로 A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등이용 협박·강요 혐의로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했다. 최근 구속된 A씨는 황의조의 형수로 밝혀졌다.
동시에 수사 과정 중 황의조가 불법 촬영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파장이 커졌다. 황의조는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나, 피해자 측은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고 계속 삭제를 요청했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21일 중국과의 C조 2차전에선 후반 교체 투입돼 불씨가 더욱 피어올랐다. 경기 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황의조는 우리 선수다. 아직 혐의가 입증되거나, 혐의가 나온 것이 아니다. 최근에 말했듯이 나도 40년 동안 축구 인생을 살며 많은 일을 겪었다. 혐의가 명확히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 선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면서 “황의조는 너무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다. 다가오는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황의조 선수가 소속팀으로 돌아가서도 많은 득점을 올리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길 바란다. 이어 대표팀에서도 큰 활약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동행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KFA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고, 관련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6조(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신분으로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삼가며,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17조(징계 및 결격 사유) 3항에 따르면 고의로 대표팀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대표팀 운영규정 위반, 기타 훈련규범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징계 대상이 된다. 결국 황의조가 완전히 혐의를 벗을 때까지는 태극마크를 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