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년 차 박재현(20·KIA 타이거즈)에게 지난 26일은 잊지 못할 하루였다. 광주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한 그는 1회 첫 타석에서 중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데뷔 후 1군 통산 81경기, 137타석 만에 터진 첫 홈런이었다. 박재현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 번쯤은 (1군에서 홈런을) 쳐보고 싶었는데 이제 했으니, 홈런에 대한 미련은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박재현의 '롯데전 홈런'은 구단 역사에도 의미가 컸다. 데뷔 첫 홈런을 1회 리드오프 홈런으로 장식한 사례는 KBO리그 역대 11번째에 불과하다. 1982년 원년 구단인 타이거즈 구단에선 처음 나온 기록. 흥미로운 장면도 있었다. 박재현은 타격 직후 타구를 2루타로 판단해 전력 질주하며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펼쳤고, 2루를 돌아서야 뒤늦게 심판의 홈런 시그널을 확인했다. 그는 "타구가 잘 맞긴 했는데 높게 뜨지 않았다. 중견수 방면이라 (수비수를) 오버하는 2루타 정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심판도 처음엔 홈런 콜을 하지 않으셔서 타구가 펜스에 끼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광주 롯데전에서 데뷔 첫 1군 홈런을 터트린 박재현. KIA 제공
박재현은 지난 시즌 58경기 타율이 0.081(62타수 5안타)에 머물렀다. 입단 첫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퓨처스(2군)리그에서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외야수 겸 지명타자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유격수 박찬호(두산 베어스)의 이적 등이 맞물려 1군 출전 기회가 부쩍 늘었다. 주로 하위 타선에 머물던 타순도 어느새 1번 타자까지 올라왔다.
박재현은 "확실히 리드오프는 쉽지 않더라. 투수의 공배합도 달라지는 거 같고 9번 타순에 있을 때보다 타순도 더 빨리 돌아오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작년에도 올해와 동일한 기회를 주셨는데 스스로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감독님이 생각하는 걸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거 같아서 그나마 다행인 거 같다"고 안도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아무래도 (박재현이) 1번에서 활발하게 움직여 주니까 팀이 젊어 보이기도 하고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기대했다.
올 시즌 1군에서 출전 기회를 조금씩 늘리고 있는 프로 2년 차 박재현. KIA 제공
박재현은 아직 주전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는 "아직 (1군에서) 3루타가 없다. 3루타를 한 번 쳐보고 싶다"며 "3할 타율은 아직 먼 얘기 같다. 1군에 있을 때 2할 8푼 정도의 타율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