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좌절 위기에 몰렸다. 최종전을 반드시 이겨야 UEFA 유로파리그 출전이라도 노릴 수 있는데, 하필이면 마지막 경기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이다. 골문을 지킨 안드레 오나나 골키퍼의 연이은 실수가 화근이 됐다.
맨유는 30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람스 글로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5차전에서 6골이 터진 난타전 끝에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와 3-3으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맨유는 조별리그 5경기에서 승점 4(1승 1무 3패)에 획득에 그치며 조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5경기에서 무려 14실점을 허용하며 수비가 완전히 무너졌다. 선두 바이에른 뮌헨(승점 13)과 격차는 9점이나 나고, 2위 코펜하겐(덴마크), 3위 갈라타사라이와는 1점 차다.
맨유의 16강 가능성도 험난해졌다. 맨유는 다음 달 13일 바이에른 뮌헨을 홈으로 불러들여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바이에른 뮌헨을 반드시 잡아야 하고, 같은 시각 열리는 코펜하겐-갈라타사라이전에서 무승부 결과가 나와야 16강에 오를 수 있다. 바이에른 뮌헨을 못 이기면 16강은 무산되고, 코펜하겐-갈라타사라이전 승패가 갈려도 조별리리그 탈락이 확정된다.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고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 지난 2020~21시즌 이후 3시즌 만이다.
그나마 조 3위를 통한 UEFA 유로파리그 출전을 노려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까다로운 상황이다.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무승부 이상을 거두고, 코펜하겐-갈라타사라이전에서 승패가 갈리면 3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선 승자승과 득실차, 다득점 등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맨유는 라스무스 호일룬이 최전방에 나서고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브루누 페르난데스, 안토니가 2선에 포진하는 4-2-3-1 전형을 가동했다. 소피앙 암라바트와 스콧 맥토미니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루크 쇼와 빅토르 린델뢰프, 해리 매과이어, 아론 완비사카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오나나.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상대의 거센 공세에 밀렸다. 하킴 지예흐와 루카스 토레이라, 드리스 메르텐스의 슈팅이 잇따라 맨유 골문을 위협했다. 맨유도 최전방 공격수 호일룬의 슈팅으로 응수했지만 슈팅은 수비에 막혔다.
초반 위기를 넘긴 맨유가 전반 11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오른쪽 측면에서부터 패스가 전개됐고,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 비어있던 가르나초에게 패스를 건넸다. 가르나초는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앞서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화제가 됐던 가르나초는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이후 맨유는 또다시 3연속 슈팅을 허용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맨유는 전반 18분 추가골을 통해 상대 기세를 꺾었다. 쇼의 패스를 받은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아크 왼쪽에서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맨유가 이른 시간 2-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이에 질세라 갈라타사라이도 빠르게 격차를 좁혔다. 전반 29분 지예흐의 왼발 프리킥 골이 터졌다. 수비벽에 함께 서 있던 갈라타사라이 선수가 프리킥 순간 틈을 만들어줬고, 지예흐는 그 틈으로 정확한 슈팅을 연결했다. 오나나 골키퍼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동점골을 위한 갈라타사라이, 추가골을 노린 맨유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갈라타사라이는 지예흐와 윌프리드 자하의 슈팅이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맨유 역시 맥토미니와 가르나초의 슈팅이 무산됐다. 결국 전반은 맨유가 앞선 채 마쳤다. 맨유의 전반 점유율은 42%, 슈팅 수는 5-9 열세였지만 정작 스코어는 2-1로 앞섰다.
후반 8분 가르나초의 오른발 슈팅으로 포문을 연 맨유가 후반 10분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완비사카의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던 맥토미니가 왼발로 마무리했다. 맨유의 3-1 리드.
그러나 이번에도 추가골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맥토미니 추가골 이후 7분 만에 다시 만회골을 실점했다. 이번에도 프리킥 실점이었다. 지예흐의 프리킥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찬 지예흐의 왼발 프리킥이 맨유 골망을 흔들었다. 프리킥은 오나나 골키퍼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라인을 넘었다. 문전에서 헤더로 걷어내려던 앙토니 마르시알이 머리로 맞지 않은 데다, 오나나 골키퍼도 제대로 공을 쳐내지 못했다.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맨유는 1골 차 리드마저 지키지 못한 채 또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26분이었다. 지예흐의 절묘한 침투 패스를 받은 케렘 아크튀르코글루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오나나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슈팅은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3-1로 앞서던 맨유의 리드는 순식간에 3-3이 됐다.
기세가 오른 갈라타사라이는 세르지우 올리베이라의 슈팅으로 역전골까지 노렸다. 맨유 역시 가르나초와 맥토미니 등의 슈팅을 앞세워 막판 총공세에 나섰다. 교체 투입된 파쿤도 펠레스트리와 브루누 페르난데스 등도 가세해 연신 갈라타사라이 골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끝내 균형을 깨트리진 못했다. 갈라타사라이 역시 역전골까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이날 맨유는 볼 점유율에선 42%로 밀렸지만 슈팅 수에선 오히려 17-16으로 앞섰다. 특히 후반에만 12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슈팅 17개 가운데 골문 안쪽으로 향한 건 단 4개에 그쳤다. 패스 횟수는 상대보다 100개 넘게 적은 234개, 성공률은 76%에 불과했다.
현지 평가는 골문을 지킨 오나나를 향한 혹평으로 이어졌다.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이날 프리킥 상황에서 2차례나 허망한 실점을 허용한 오나나에게 10점 만점에 평점 2점을 매겼다. 1골·1도움을 기록한 브루누 페르난데스와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가르나초가 8점의 평점을 받았고, 나머지 선수들도 6점 이상의 평점을 받았다. 오나나 골키퍼는 폿몹 평점에서도 4.8점, 후스코어드 평점에서도 5.2점에 각각 그쳤다. 양 팀 통틀어 최저 평점이었다.
구단 레전드 출신인 폴 스콜스는 “오나나의 치명적인 실수가 또 나왔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골키퍼인데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단순한 세이브조차 어려워 보인다. 사실 이날 맨유의 3실점 모두 오나나 골키퍼의 책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은 “이기고 있던 경기를 놓쳤다. 승점 3을 획득했어야 할 경기다. 앞서 다른 경기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경기 방식에는 만족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수비가 불안했기 때문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엔 내 책임이다. 그래도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가야 하는 방향도 잘 알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팀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비판 여론이 거센 오나나 골키퍼는 텐 하흐 감독이 직접 감쌌다. 그는 “(실점 장면들을) 개인적인 문제만으로 볼 수는 없다. 물론 개인의 실수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게 축구고,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지만 결국에는 팀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1-3 열세에도 기어코 3-3 무승부를 만든 오칸 부루크 갈라타사라이 감독은 “우리는 58%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고 득점 기회도 더 많이 만들었다. 사실 3골보다 더 많은 득점을 할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맨유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성공한 팀이지만 우리는 그들을 상대로 6골(홈&원정)을 넣었다. 이길 수도 있었으나 무승부도 나쁜 결과는 아니다. 행복하게 경기장을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