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KBS2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으로 돌아온 최수종.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보여준 자신감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귀에 정확하게 꽂히는 대사와 흡입력 있는 눈빛 그리고 묵직한 목소리까지. 괜히 ‘고종, 순종 그리고 최수종’이라는 별명이 생긴 게 아닌 듯하다.
‘고려 거란 전쟁’은 고려 제8대 황제 현종 시절, 거란의 2차 침략부터 마지막 6차 침략까지 치열한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최수종은 극중 학식은 물론이며 지략이 뛰어난 문관(文官)이자 고려의 운명이 걸린 전투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 장군 역을 맡았다.
1화에서 ‘고려 거란 전쟁’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귀주대첩 장면이 오프닝을 장식했다. 최수종은 전장 한복판에 서 파상공세를 퍼붓는 거란군의 위협에도 꿈쩍하지 않고 돌진하는 등 강렬한 카리스마로 시선을 압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수종은 오랜 시간 동안 사극을 쉬었음에도 여전히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수종 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촬영장 내내 통 대본을 들고 다닐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특히 대사를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표현하는 것은 물론 긴 대사도 NG 없이 소화해 촬영장에 있는 후배 배우들 및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지금이야 사극 하면 최수종이지만 과거 잡음이 생기던 시절도 있었다. 2000년대 방영한 ‘태조 왕건’은 총제작비 336억원에 최고 시청률 60.5%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세웠다. 최수종은 극중 주인공 왕건 역을 맡았다. 당시 동글동글한 얼굴에 쌍커풀 있는 눈이 ‘왕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이를 오로지 연기력으로 잠재웠다.
이후 최수종은 ‘해신’(2004), ‘대조영’(2006), ‘대왕의 꿈’(2012)까지 KBS 대하사극 전성기를 이끌었다.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대왕의 꿈’ 당시 얼음판 위에서 말을 타다 낙상사고를 당해 쇄골뼈와 손뼈, 견갑골이 골절되는 등 크게 다쳤다.
여러 방송에 출연해 낙상 사고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고백한 바 있던 최수종은 ‘고려 거란 전쟁’으로 10년 만에 다시 사극에 도전했다.
최수종은 지난 4월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대왕의 꿈’ 이후 몸도 많이 다치고 힘들어서 ‘사극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 작품을 보고 ‘내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려 거란 전쟁’ 출연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최수종의 선택은 옳았다.
5.5% 시청률로 출발한 ‘고려 거란 전쟁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더니 2일 기준 8%대에 올라셨다. 이는 동시간대 경쟁 작품 박은빈 주연의 ‘무인도의 디바’(7.3%)와 이세영 주연의 ‘열녀박씨 계약결혼뎐’(6.4%)보다 높은 성적이다.
최근 방송에서는 강감찬과 조정의 수자 유진(조희봉)의 대립이 심화됐다. 강감찬은 자신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추궁하는 유진에게 조정 관리의 역할에 대해 짚어 주는가 하며, 유진이 저지른 행동이 전선의 후방을 어지럽히는 중죄라고 비판하며 설전을 벌였다.
앞으로 조정 신하들과 강감찬의 사이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수종이 또 한 번 KBS 대하 사극의 신하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