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이 시즌 4번째로 ‘이주의 팀’에 선정됐다. 다소 페이스가 떨어졌던 득점력을 일깨우는 멀티 골 활약에, 다시 한번 사무국의 인정을 받은 모양새다. 어느덧 리그 득점 3위까지 오른 그는 진출 첫해 득점왕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팀 역시 전반기를 1위로 마친 만큼, 우승과 득점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덴마크 수페르리가 사무국은 6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리그 17라운드 기준 ‘이주의 팀’을 발표했다. 조규성은 당당히 4-4-2 전형의 투톱에 배치됐다.
조규성이 사무국 선정 이주의 팀에 선정된 건 이번에 4번째. 앞서 개막전 데뷔골을 터뜨린 1라운드와, 8라운드·9라운드에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달의 팀에도 2차례(7월·9월)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조규성이 17라운드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무대는 비보르 FF와의 2023~24시즌 리그 17라운드 홈경기. 조규성은 팀이 0-1로 뒤진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PK)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운데로 차 넣어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기세를 탄 미트윌란은 다리오 오소리오가 추가시간 중 역전 골을 터뜨리며 앞선 채 마쳤다.
후반에도 조규성의 활약이 빛났다. 팀이 3-1로 앞선 후반 21분, 그는 크리스토페르 올슨의 패스를 침착하게 다이렉트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대 구석을 갈랐다. 지난여름 유럽 무대를 밟은 조규성의 첫 멀티 골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동시에 길고 긴 필드골 침묵을 깨는 득점이기도 했다. 조규성은 지난 9월 이후 2골을 넣었는데, 모두 PK 득점이었다. 공교롭게도 3개월 전 마지막 필드골 상대도 비보르였다. 조규성은 이번 득점으로 리그 8호, 공식전 9호 골 고지를 밟으며 유럽 진출 첫해에 두 자릿수 득점을 가시권에 뒀다. 조규성은 후반 39분 머리로 프란쿨리뉴에게 연결하며 공격을 도왔고, 이 장면은 결국 올라 브린힐센의 쐐기 득점으로 이어졌다.
조규성은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OTD)로 꼽혔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조규성은 2개의 유효슈팅으로 2골을 만들었다. 패스성공률은 저조(55%)했지만, 키 패스 3회·공중 볼 경합 승리 6회(8회 시도)·피파울 1회 등을 기록하며 전방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소파스코어와 폿몹은 조규성에게 평점 8.6, 9.1을 줬다. 이는 이날 출전한 모든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이다.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은 미트윌란은 전반기를 1위(승점 36)로 마쳤다. 덴마크는 추운 날씨 탓에 다른 리그 대비 빠른 7월에 개막한 뒤, 12월을 끝으로 전반기를 마친다. 이어 2월 후반기를 이어간다.
쉼 없이 달려 온 조규성 입장에선 좋은 타이밍의 쉼표일 수도 있다. 그는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활약한 뒤, 곧바로 K리그1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전반기를 보냈다. 월드컵 이후 부상 탓에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이내 복귀해 공식전 14경기 7골을 터뜨렸다. K리그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조규성은 미트윌란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7월 11일, 2028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으며 커리어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다소 인지도가 떨어져 ‘변방 리그’라는 시선이 잇따랐다. 하지만 조규성은 거듭 ‘잘한 결정’이라고 굳게 믿음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는 “ K리그에서 많은 팬분들 앞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덴마크라고 아쉽다고 하시는데,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간다고 생각해서 후회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조규성은 적응기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매번 펼쳤다. 특히 합류 닷새 만에 공식전에서 출전하더니, 리그 데뷔전에서는 특유의 헤더로 득점포를 올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에는 팀의 PK 전담 키커를 맡는 등 신뢰받기도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서도 조규성의 입지는 단단하다. 평가전 4경기, 11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모두 선발 출전했다. 특히 클린스만호의 데뷔 승을 이끈 사우디아라비아전, 2차 예선 첫 경기 싱가포르전 모두 골 맛을 봤다.
이제 조규성의 시선은 내년 1월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으로 향한다. 부상이 없는 한, 조규성이 클린스만호의 선봉장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휴식기 전 최고의 활약으로 마무리한 조규성의 발끝에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