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사상가이자 정치가 정여립을 일생을 다룬 역사소설 『당쟁의 쏘시개로 스러진 선각자 정여립』 (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이 책은 1570년 선조 2년 식년 문과에 급제하고 성균관의 학유 예조좌랑, 홍문관수찬 등 벼슬을 지낸 정여립이 당시 시대 상황에 환멸을 느껴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정여립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며 ‘대동계(大同契)’를 조직한다. 대동은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대도(大道)가 구현된 세상이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더불어 잘 사는 세상에서는 각자 도리를 잘 지켜야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다.
정여립은 자격을 갖췄다면 누구나 임금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주의 사상과 맥이 닿아 있는 그의 생각은 당시에는 반역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대동계는 공개된 조직이었다. 또 서인인 전주부윤 남언경의 요청을 받고 왜구 소탕에도 나섰다. 그런데도 정여립은 역도로 몰렸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에서 정여립이 꿈꾸었던 세상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정여립은 계급적 차별과 착취가 없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대동사상을 통해 만들고자 했다.
김용상 작가는 “이 소설의 바탕은 상상이 아닌 사실이다. 읽는 재미를 위해 허구적으로 꾸민 대목이 꽤 많지만, 근본은 흔들지 않았다”면서 “이 소설을 쓰면서 430년 전 조선과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권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닫고 새삼 놀랐다. 그리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권은 민생 챙기기보다 정쟁하기에 더 바쁜 건 엄연한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