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은 ‘서울의 봄’에서 군내 사조직 하나회 리더이자 신군부 주축인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을 맡아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1일까지 93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000만 고지를 눈앞에 뒀다.
황정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 역으로 악역 계보에 한 획을 그었다. 황정민이 악역을 연기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4시간에 걸친 민머리 특수 분장과 두말하면 입 아픈 호연은 관객의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다.
극 중 전두광은 자신의 신념 안에서 능글맞게, 그러나 치밀하게 반란군을 지휘해 쿠데타를 이끄는데, 황정민은 전두광을 단순한 악인이 아닌 입체적으로 그려 “악귀가 씌였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전두광 역을 삼킨 듯한 황정민의 호연으로 황정민은 ‘서울의 봄’ 무대인사를 돌며 사과 릴레이를 펼쳤다. 그는 “일단 죄송하다. 모든 욕은 나에게 다 해달라. 욕받이가 되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화제를 모았다.
‘서울의 봄’ 황정민에 대한 분노는 그의 주연 ‘인질’ 재조명 받는 기현상으로 이어졌다. ‘인질’에서 황정민은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 역을 맡았다. ‘서울의 봄’ 속 황정민의 실감나는 연기에 관객이 분노하자 황정민이 인질로 잡혀 고문을 받는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를 푼다는 유행이 만들어진 것이다.
스크린 안팎을 오가는 황정민의 행보는 광주 무대인사에서 눈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의 봄’의 배경이 된 12.12 군사반란은 반년 후 신군부 세력에 맞서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다. 이에 ‘서울의 봄’ 팀의 광주 무대인사는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특히 광주 무대인사는 시장이 작다보니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이 되기 전까지는 좀처럼 진행하지 않는 터다. 광주를 찾은 황정민은 ‘서울의 봄이 광주에 오길 43년 동안 기다렸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보고 울컥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황정민은 ‘서울의 봄’이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천만 관객을 넘어서면, ‘국제시장’, ‘베테랑’에 이어 세 번째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주연을 맡은 영화 4편(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 기생충)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에 이은 대기록이다.
‘서울의 봄’ 흥행으로 누구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황정민은 ‘크로스’로 내년 설 연휴 극장가에서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서울의 봄’으로 관객의 분노지수를 높인 황정민이 ‘크로스’에서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서울의 봄’ 대박 기세를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