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협회장이 마침내 마이크를 잡고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과의 결별 소식을 전했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된 일부 선수 간 불화에 대해선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상처를 악화시킨다. 언론과 팬들이 도와주셔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선수들의 갈등을 인정한 KFA가 뒤늦게 선수들의 보호를 외친 것이 눈에 띈다.
정몽규 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KFA 임원회의에 참석, 축구대표팀 사안관련 논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 안건은 단연 클린스만 감독의 연임 여부였다.
바로 전날(15일)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전력강화위원회 브리핑을 통해 “위원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아시안컵 전술 준비 부족 ▶대표팀 선수 발굴 노력 부족 ▶선수단 장악 실패 ▶미흡한 근무 태도 등을 지적했다”면서 “두 번째로 만나는 상대(준결승 요르단)임에도 불구하고 전술적인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재임 기간 중 감독이 직접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리더십을 계속 발휘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전반적으로 모아졌다. 오늘 전력강화위원회의 논의 내용과 결론은 협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력강화위원회에는 감독 경질 권한이 없다. 감독 선임과 관련한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협회장에게 축구계의 모든 시선이 몰렸던 이유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이크를 잡은 정몽규 협회장은 “종합적으로 논의한 끝에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경쟁력 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노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어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라며 감독 교체 결정 소식을 전했다.
정몽규 회장이 언급한 클린스만 감독의 경기 운영적인 부분과 경쟁력 부재는 익히 알려진 단점이다. 그런데 최근 사회 전반의 분노를 산 배경 중 하나는 바로 ‘선수단 능력’이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유일한 장점이라 평가받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단 장악 능력은 최근 손흥민-이강인의 다툼 소식으로 완전히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영국 매체 더 선은 이른바 ‘탁구 사건’을 단독 보도하면서, 손흥민이 요르단과의 4강전을 앞두고 손가락을 다친 배경을 전했다. 일부 젊은 선수들이 저녁 식사 후 탁구를 치러 나가려 하자 손흥민이 이를 제지했고, 선수단이 뒤엉키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다는 게 골자다. 손흥민은 선수단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보도를 다름 아닌 KFA 관계자가 일부 인정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누구보다 선수단을 보호해야 하는 단체가, 선수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 상황이 됐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고,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소셜미디어(SNS)에는 비난의 댓글이 빗발쳤다.
이 와중 이강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 의사를 밝히는 등 고개를 숙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같은 날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주먹질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해 3월 A매치 평가전 당시 이강인과 손흥민의 모습. 사진=정시종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 축구 팬이 항의의 뜻을 담아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이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협회에 건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협회장에게 선수들 간 다툼에 대한 질의가 향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에 정 회장은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상처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언론과 축구를 사랑하는 팬분들도 도와주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후 징계에 대한 질의에는 “징계 조항을 살펴봤다”라고 운을 뗀 뒤 “협회가 할 수 있는 건 선수들을 차출하지 않는 것이다. 추후 대표팀 감독과 상의할 부분이다. 그에 앞서 국내파·해외파, 92년생·96년생 등 가르고 나누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 선수들이 더 성장하고 한 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정확한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날 전력강화위원회 브리핑 당시에도 KFA 관계자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이라며 뒤늦게 말을 아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의 후폭풍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사령탑 선임 과정은 물론, 논란이 된 선수들의 발탁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운 시선이 쏟아질 것이 자명하다. 여전히 일부 선수의 SNS에는 강도 높은 비난의 댓글이 빗발친다.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외친 KFA가, 향후 어떤 대응책을 가져올 지도 관전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