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의 변화 중 하나는 피치 클록(Pitch Clock)이다. 투구와 타격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을 전반기 시범 운영한 뒤 후반기 본격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장에선 피치 클록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크다. 한 구단 관계자는 "바로 정식 적용하는 건 아니더라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영향은 불가피할 거 같다"며 "스프링캠프에서 이 부분을 고려해 훈련했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주자 유무에 따라 투구 시간을 각각 23초와 18초(메이저리그 각각 20초와 15초)로 제한한다. 투수가 투수판에서 발을 빼는 횟수도 피치 클록을 피하려는 행동으로 간주, 타석당 3회로 막는다. 피치 클록의 포커스가 주로 투수에 맞춰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타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타자는 피치 클록 종료 8초 전까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국가대표 투수 고영표(KT 위즈)는 "타자들의 루틴이 많아서 (투수보다) 더 신경 쓸 거 같다. 피치 클록이 타자들에게 심적인 압박을 주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피치 클록을 먼저 도입한 메이저리그(MLB)는 타자의 혼란이 작지 않았다.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피치 클록이 투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많은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타자에게도 똑같이 많은 걸 요구한다'며 '(투수와 비교하면) 미리 연습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고 조명했다. 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은 "(타자의 피치 클록은) 미지의 영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핵심은 '루틴(Routine·습관)'이다. 타자마다 각기 다른 루틴을 거쳐 타석에 들어선다. 헬멧을 만지고, 장갑의 찍찍이를 붙였다 떼었다 반복하기도 한다. 루틴은 일종의 강박. 자칫 병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지만 선수들은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 그런데 이를 시간으로 강제하면 자칫 오랜 시간 지켜온 루틴이 깨질 수 있다.
데릭 셀튼 피츠버그 파이리츠 감독은 "어떤 선수들은 모든 루틴을 바꿔야 할 것"이라면서 "경기 템포가 빨라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감독도 "타석의 문제가 투수보다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며 "타자들은 타석에 나가서 장갑을 고쳐 끼는 등 그런 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했다.
피치 클록은 투수가 규정을 위반하면 볼 1개, 타자가 어기면 스트라이크 1개가 자동 선언된다. 1군 타격 코치 출신 정경배 한화 이글스 수석 코치는 "타자는 타석에서 잡동작이 많은데 하던 걸 하지 않으면 찝찝할 수 있다"며 "타석에서 준비할 시간이 줄어들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