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제한 시간이 다가오자 관중들이 일제히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시범 운영하는 피치 클록이 불러온 새로운 야구장 풍경이다.
피치 클록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투수의 투구 시간을 줄이는 제도로, 주자가 없을 때는 18초, 있을 때는 23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는 8초 전에 타격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시행, 투수가 어길 땐 볼 카운트 1개를, 타자가 어길 땐 스트라이크 카운트 1개를 올린다.
올 시즌 KBO도 해당 제도를 도입한다. 시범경기 때부터 시작하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과는 달리, 피치 클록은 전반기 때 시범 운영한 뒤 후반기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제한된 시간을 지키지 못할 시엔 아웃 카운트 변동 없이 구두 경고가 주어진다. 전국 9개 구장에도 선수들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피치 클록 전광판이 설치됐다.
9일 시범경기에선 총 29회(5경기) 지적이 나왔다. 투수가 14회, 타자가 25회였다. 특히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있었던 수원 KT위즈파크에선 관중들이 임박하는 제한 시간에 맞춰 육성으로 숫자를 외치기도 했다.
첫 시도였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투수 출신 이강철 KT 감독은 “전반기에 운영하지 않을 거면 차라리 시범경기에도 운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은 “투수들이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또 구두 경고만 한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의 투구 템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부상도 우려했다.
전날(9일) 관중의 카운트다운을 들으며 공을 던졌던 KT 투수 김영현은 “사실 경기에 집중하느라 카운트 소리는 듣지 못했다”라면서도 “구두 경고를 한 번 받았는데 템포가 끊긴 것이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다”라고 전했다. 같은 날 두 번의 피치 클록 구두 경고를 받은 손동현도 “조금 불편한 감은 있다. 만약 투수가 이전 상황에서 베이스 커버를 가고 돌아왔을 때 숨 고를 시간도 없이 공을 던져야 하는 상황도 있다”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포수의 시각으로 피치 클록을 바라봤다. 염 감독은 “이닝 교대 시간에 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포수들에겐 몇 초의 메리트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포수는 피치클록 9초가 표기된 시점에 포수석에 위치해야 하고, 타석에 들어설 땐 8초가 표기된 시점에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염 감독은 “포수들에게도 (타자들과) 같은 시간을 적용한다면 초구는 버린다고 봐야 한다”라면서 “MLB에서 했다고 너무 MLB 룰만 따라가면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며 개선을 요구했다.